李노동-재계 「감원폭」논쟁…첫간담회 서먹하게 끝나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30% 이상 일시 해고는 용납할 수 없다.”

“무슨 소리냐. 그렇게 일률적으로 못박아 놓으면 어떻게 고용조정을 할 수 있느냐.”

12일 이기호(李起浩) 노동부 장관과 30대 그룹 노사담당 임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간단찮은 신경전이 벌어졌다. 발단은 이장관의 ‘30% 이상 감원 불가(不可)’발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서 이장관은 “한꺼번에 근로자를 30% 이상 내보내는 것은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여기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 무급휴가제 등을 통해 해고회피 노력을 보여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노사담당 임원들의 반발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장관께서 요즘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점잖게 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정리해고제 등의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상” “고용조정을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격앙된 언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재계 임원들은 “감원폭은 기업체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해고회피 노력을 하려고 해도 도대체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원들은 가령 무급휴가제를 할 경우에도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정부는 먼저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 정비부터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결국 이장관 유임 이후 상견례를 겸한 이날 자리는 ‘30% 논쟁’으로 서먹하게 끝났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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