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드쉬,작년11월 구제금융권고…강경식-김인호『돌았소?』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당신 돌았소, 우리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소(You're crazy, Our system works).”

작년 11월16일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라고 권고한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 휴버트 나이스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강경식(姜慶植) 전재정경제원장관과 김인호(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3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한국의 구제금융 신청협상에 얽힌 비화(秘話)를 캉드쉬총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서울 I호텔에 묵었던 캉드쉬 일행은 IMF총재의 방한 사실이 공개될 경우 한국의 신용이 급격히 추락할 우려가 있어 한국인 이름으로 투숙했으며 식사도 룸서비스만 이용하는 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강전재경원장관 등은 캉드쉬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1월19일 취임한 임창열(林昌烈) 전재경원장관도 처음에는 IMF 구제금융을 피하고 미국 및 일본과 ‘직거래’하는데 매달렸다.

임전재경원장관은 한국은행 관계자들에게 “IMF에 당분간 외환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다시 방한한 캉드쉬총재는 격분했다.

한국측이 △도착즉시 기자회견 △45분간의 협상 △대통령 면담 △서명식 등 ‘번갯불에 콩 볶는’ 일정을 짜뒀기 때문.

캉드쉬는 즉각 몇몇 일정을 취소한 뒤 “IMF협약안에서 한 글자라도 고쳐지면 구제금융은 없다”는 강력한 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관철했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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