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살아남기」고심…임직원, 실적홍보-집단행동 불사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재벌그룹 주력업종 선정을 둘러싸고 각 기업체 임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주력업종에서 제외돼 매각이나 인수합병 대상으로 분류되는 계열사들은 사업철수 과정에서 불가피한 대량해고를 우려해서다.

특히 최근 “3∼6개 주력 업종만 남기라”는 김대중(金大中) 차기대통령의 요구로 각 그룹들이 주력 업종 선정을 서두르자 계열사 임직원들은 소속회사 처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S그룹 계열사인 J사는 요즘 그룹의 주력업종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임직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실정. 이 회사 사원 이모씨(30)는 “얼마전 대규모 인원감축에서 겨우 살아남았는데 회사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 또다시 정리해고 태풍이 몰아치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들은 자사의 영업실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일반 사원들까지 나서 그룹회장실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

L그룹이 지난달 한계사업정리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가전과 기계부문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자 해당 계열사 노조가 “왜 우리가 한계사업이냐”며 회장실에 몰려가 소동을 벌였다는 것.

또 대우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대전자의 반도체사업부문을 대규모 사업교환(빅 딜)대상으로 지목하자 현대전자 임직원들이 크게 반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리대상1호’로 지목된 각 회장실 소속 임직원들은 주력사업 선정작업을 직접 진행하면서도 회장실 폐지론이 크게 부각될까봐 그룹단위 보도자료도 극히 꺼리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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