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의 마비상태가 풀리지 않아 종합금융사 증권사 기업 등의 부도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6일 3조6천억원 가량의 자금부족으로 그냥 두면 당장 부도가 날 10개 종금사에 대해 콜자금(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초단기 자금)의 만기를 13일까지 연장해주었지만 8일 8개 종금사가 신규로 2조원 가량의 자금부족사태에 빠졌다.
이날 금융계에 따르면 8개 종금사의 신규 부족자금을 주택은행 국민은행 등이 정부의 권유에 호응해 빌려주지 않으면 이들 종금사는 자력으로 부도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은행들은 정부의 강권에 못이겨 종금사들의 부족자금을 계속 빌려주다가는 이를 떼여 은행 자체가 더욱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각 증권회사들도 고려증권 부도 이후 고객예탁금 인출이 늘고 있으나 은행권이 추가 자금지원을 기피함에 따라 극심한 자금난에 빠져들고 있다.
증권업계는 총 10조5천억원에 이르는 각 증권사 단기차입금의 10% 정도가 수일내에 만기가 돌아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일부 증권사의 연쇄부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간에도 돈이 돌지 않는 자금시장 마비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
이날 하루짜리 콜금리(금융기관간 초단기대출금리)는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법으로 정한 최고금리인 25%를 기록했다.
3년짜리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무려 3%포인트 급등한 연 22.95%로 82년1월이후 15년11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날 회사채는 3천2백억원어치가 발행됐으나 기관투자가들이 매수를 꺼리는 「팔자」주문만 쇄도할 뿐 거래는 중단상태였다.
3개월짜리 기업어음(CP)금리도 법정 이자 상한선인 연 25%까지 치솟으면서 거래 자체가 마비됐다.
〈윤희상·이강운·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