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돈주고 사면 「바보」』…상품권 비공식적 유통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상품권은 백화점이나 구두회사의 「공식 판매창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하면 얼마든지 더 싸게 살 수 있다. 서울 명동의 지하상가와 구두수선소 등을 지나치다 보면 「백화점 구두 상품권 20∼30% 할인」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비공식 경로를 거쳐 흘러나온 것들이다. 상품권의 「준 유가증권」으로서의 성격이 이런 비정상적 유통을 낳고 있다. 이렇게 나도는 백화점 상품권은 백화점이 입점업체나 납품업체들에 강매한 것이 많다. 강제로 떠맡은 상품권은 할인된 가격으로 사채업자들에게 넘어간 뒤 다시 구두수선소 등에 깔려 소비자들에게 팔린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조사로는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강매하는 상품권은 대략 연간 3백억∼4백억원 선. 또는 급전이 필요한 사채업자들이 신용카드로 대량 구입한 뒤 시중에 할인,유통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비공식 시장에서 상품권의 「공정가격」은 메이저 백화점 것이 9만2천∼9만3천원. 그 이하급이 8만8천원 안팎이다. 카드형 상품권은 이보다 3천∼4천원 더 떨어진 가격. 그러나 백화점이 강매한 상품권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백화점을 골탕먹이고 있다. 싸게 산 상품권으로 전자제품이나 모피 등 고가품을 산 뒤 현금으로 환불하는 수법으로 차익을 노리는 「얌체고객」들이 등장한 것. 제화 상품권은 「정상」과 「비정상」이 아예 뒤바뀌었다. 항상 20∼30% 할인된 값에 살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이 넘친다. 그래서 『구두는 일년 내내 세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상품권이 「거품 가격」을 만든 대표적 사례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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