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터널이 끝이 없는 가운데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입이 줄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본전조차 뽑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오후 동대문 K시장의 한 옷가게.
물건은 진열돼 있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옆가게 주인이 다가와 흥정에 나섰다.
그는 『이 가게가 오래전에 문을 닫아 우리 물건을 진열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가 여기 저기 문을 닫아 버리면 시장 분위기가 더욱 위축된다는 생각에 상인들이 고안해낸 고육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빈 점포 3개씩을 한 상인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게들이 이처럼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빈 가게가 어느덧 60여개에 이르렀다.
상인들은 『남대문시장과 함께 국내 재래시장의 양대 축인 동대문시장에서 이같이 많은 점포가 한꺼번에 문을 닫은 것은 지난 42년 시장이 형성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상가상으로 점포를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동대문시장상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2년전만 해도 팔려고 내놓는 점포가 없었는데 이제는 2억여원을 호가했던 권리금이 5천만원까지 폭락했는데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을 닫지 않은 상점의 상당수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앞으로 빈 점포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불황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바람에 「추석대목」이라는 말도 이젠 사라져버렸다.
지난 28일밤 남대문시장. 추석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상가는 아주 한산했다.
옷가게를 하는 김모씨(35)는 『일년내내 불황이니까 이제는 「대목」이라는 말도 잊어버릴 지경』이라며 『이번 추석이 너무 이른데다 늦더위까지 겹쳐 아예 기대도 안한다』고 말했다.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예년의 경우 추석특수에 대비, 여름부터 추석에 팔 물건을 비축해 놓았으나 올해는 물건을 비축해놓은 상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현두·금동근·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