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상장회사들이 올 상반기에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증권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6백2개 12월결산 상장법인중 5백81개사의 상반기 영업실적을 공식 집계한 결과 총 매출액은 2백11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경상이익은 3조2천억원, 순이익(경상이익+영업외 특별손익)은 2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22.1%와 27.9% 감소했다.
매출 면에서는 제조업 비제조업을 가릴 것 없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경상이익은 제조업의 경우 구조조정 및 감량경영에 힘입어 감소가 덜했으나 비제조업은 부실기업에 거액을 물린 은행들이 최악의 성적을 내는 바람에 감소폭이 컸다.
▼대기업 중소기업 명암〓경기 침체기에는 몸집이 가벼운 중소기업이 유리하다는 가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1백39개 중소기업은 상반기 매출액이 14.6% 늘어 대기업(4백42개사 평균 14.1% 증가)과 엇비슷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상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4.0% 증가, 23.6% 감소한 대기업보다 실속을 챙겼다. 당기순이익도 중소기업은 6.0% 감소에 그친 반면 대기업은 28.8%나 줄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중소기업은 2.68%, 대기업은 0.9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이 1백원어치를 팔아 2.68원의 이익을 낸 반면 대기업은 0.97원의 이익밖에 내지 못한 것.
▼그룹별 부침〓삼성과 금호 현대그룹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96년 상반기 4천5백34억원에서 올해는 1천2백32억원으로 72.8% 줄어드는 바람에 그룹 전체의 순이익도 74.8%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2백22억원의 순이익을 낸 금호그룹도 올 상반기엔 46억원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그룹 17개 상장사들도 순이익이 1년새 32.2%나 감소했다.
반면 쌍용그룹은 쌍용양회와 쌍용중공업 남광토건 등의 순이익이 40% 이상 늘어나고 쌍용자동차의 적자규모가 2백50억원 이상 줄어 그룹 전체의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한솔(2,132%) 미원(966%) 아남(276%) 등도 순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라이벌 기업〓업종별 라이벌 기업들간의 매출액 우열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순이익 측면에서는 라이벌간의 자리바꿈이 활발했다.
과자업계의 롯데제과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순이익이 9억원에 그쳤으나 올 상반기에는 1백억원을 넘어서 42억원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 동양제과를 크게 앞질렀다.
또 음료업계의 롯데칠성도 지난해 하반기 6억원 적자에서 55억원 흑자로 돌아서 순이익 규모가 2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어든 두산음료를 따돌렸다.
가전업계에서는 96년 하반기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는 각각 1천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 2백억원대에 머문 대우전자를 3등으로 밀어냈다.
이밖에도 건설에서는 동아건설이 현대건설을, 전지에서는 서통이 로케트전지를, 가구에서는 바로크가구가 레이디가구를 각각 따돌리고 지난해 하반기의 부진을 만회했다.
▼부도 및 부도유예협약 적용 그룹〓예상대로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다.
기아그룹은 매출액이 18.1% 늘어났으나 영업손실이 2천4백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보다 1천7백억원 늘어났다. 순손실도 지난해보다 1천8백여억원이 늘어난 2천5백억원을 넘어섰다. 기산(6백62억원) 아시아자동차(5백68억원) 기아특수강(3백70억원) 등의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또 대농그룹(대농 미도파)도 적자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78억원에서 올해는 6백97억원으로 급증했고 진로그룹(진로종합식품 진로인더스트리)도 적자규모가 20억원 늘었다.
실제로 부도를 낸 삼미와 한보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사업보고서 제출을 거부했다.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15일부터 「전자공시제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집에서도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상장회사의 재무구조 등 사업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증권전산의 코스텔(접속번호 0143)이나 유니텔(접속번호 3679―8833) 등 PC통신망 또는 증권거래소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se.or.kr)에 접속하면 된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