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2돌 커지는 對日적자]「경제예속」탈피 아직 요원

  • 입력 1997년 8월 14일 20시 25분


대일(對日)무역적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 적자 규모 ▼ 작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1백57억6천6백만달러. 반면 일본 제품을 사는데 쓴 돈은 두배인 3백14억4천8백만달러로 1백56억8천2백만달러 적자를 봤다. 올 상반기 중에도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73억9천1백만달러어치를 팔고 1백44억3천8백만달러어치를 사들여 70억4천7백만달러의 적자를 봤다.이는 올 상반기 전체 무역적자인 91억4천2백만달러의 77.0%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다른 나라로 수출해서 번 돈을 일본에 고스란히 바친 꼴이다. 지난 65년 한일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대일 흑자를 본적이 없다.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6월말까지 적자 누적액은 총 1천3백26억달러에 이른다. 작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1천2백97억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 원인 ▼ 대일무역역조의 원인은 우선 양국간 산업구조에 있다. 지난 60년대초 일본 경제를 본떠 경제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공업화 과정에서 중간재와 자본재 기술을 주로 일본에 의존해 왔다. 작년의 경우 전체 수입(1천5백3억3천9백만달러) 중 대일 수입 비중은 21% 수준이지만 농수산물 등을 빼고 중간투입재나 최종완성재 가운데 일제 비중은 45∼55%나 된다. 철강 금속 전자전기 산업기계류 등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 품목은 95% 이상이 일제수입품이다. 정부는 95년부터 자본재육성사업에 1천억∼2천억원씩 지원하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주요 자본재의 대일의존도는 90년대 들어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일 역조 심화의 원인은 또 우리 수출경쟁력의 하락에서도 찾을 수 있다. 80년대말부터 일본의 해외투자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면서 일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는 △94년 4억2천8백만달러 △95년 4억1천8백만달러 △96년 2억5천5백만달러 등 급감추세.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투자 총액이 20∼65%씩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대책 ▼ 대일무역적자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제도나 자본재육성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국산 자본재를 개발해도 민간기업이 사주지 않는 한 대일역조는 개선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또 대일 교역이 만성적인 적자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국가들의 수입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자본재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 무역협회 申元植(신원식)이사는 이에 대해 『자본재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워낙 높아 단기간내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민관이 힘을 합쳐 전문기술인력 양성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기업들이 국산 제품을 사주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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