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개에 달하는 생명보험회사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영업 및 배당제한과 함께 경고를 받았다. 특히 파산시 계약자에게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5개 생보사에는 일부 영업 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은행의 지불준비금과 같은 성격인 「지급여력」이 부족한 생보사들이 작년과 재작년 정부의 증자권고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강력한 제재조치를 받은 것이다. 이번 조치는 통폐합 제삼자인수 등 생보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盧泰愚(노태우)정권시절 경영능력을 철저히 따지지 않고 27개의 생보사를 무더기로 신설한 것이 부실의 화근이 되었다. 여기에 점포와 모집인을 무리하게 늘리는 등 업계의 외형위주 과당경쟁도 부실을 부채질했다.
수백억, 수천억원씩의 지급여력을 쌓지 않고 적자를 해소하지 못하면 여러 생보사가 파산이나 통폐합명령을 받을 수 있다. 방법은 증자나 경영개선뿐인데 주주분포로 보아 대부분 그럴 능력이 없다. 더구나 보험업법 개정으로 하반기중 5대 재벌그룹의 생보업 진출이 허용되어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공산이 커졌다. 정부도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보험사가 경영능력을 상실하면 가입자는 보험금 중도해지환급금 등을 받을 길이 없어진다. 6월말 현재 3천2백만건에 달한 생명보험 계약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최대 과제지만 이에 대비해 보험사로부터 출연받아 조성한 보험보증기금은 2천5백억원에 불과해 보험업계의 대량 부실에 대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금규모를 점차 늘리고 제삼자인수와 통폐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관계당국은 미리 제도를 정비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