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어떻게 바뀌나]금융질서 고객 중심으로 재편

  • 입력 1997년 4월 15일 20시 00분


『영국의 금융개혁(빅뱅)이란게 별게 아닙니다. 주식위탁매매 수수료를 자유화한게 전부입니다. 그랬더니 증권사간에 수수료 인하경쟁이 벌어져 20개 증권사 중 19개사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B씨) 『금개위안대로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의 금리자유화가 올해안에 실시되면 자유저축예금 등의 수신금리가 크게 올라갈 겁니다. 은행 몇몇은 이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겠죠』(조흥은행 임원 K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올초 금융개혁의 취지를 『수요자중심의 금융질서를 만드는데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금개위는 수요자 중심의 금융질서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금개위 관계자는 『금융기관간 경쟁을 통해 증권매매수수료가 떨어지고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바로 수요자중심의 금융』이라고 설명했다. 금개위가 은행 보험 증권사간의 벽을 상당부분 허물기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세 기관간 업무칸막이가 낮아지면 고객이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구입하는 식의 「원스톱」금융거래가 가능해진다. 은행이 공급하는 자금의 수요자인 기업에는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금개위는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대신 외국의 싼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취했다. 그러자면 해외금융관련 규제를 대폭 줄여야 한다. 국내기업이 해외금융을 이용할 때는 물론이고 외국인의 국내투자에 대해서도 투기성단기자금(핫머니)의 유입통로가 될 채권을 빼고는 모두 자유화하자는 것이 금개위 개혁안의 골자다. 우선 해외증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던 발행자 요건이나 발행한도나 물량 등에 대한 규제부터 대폭 풀기로 했다. 해외에서 팔리면 자격요건이 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자격요건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개위는 해외직접투자를 할 때 투자자금의 일부를 자기자금으로 조달하도록한 의무규정도 즉시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 규정을 운용하면서 국내에서 빌린 돈은 자기자금으로 인정해주는 식의 일관성없는 규제로 업계의 원성을 사왔다. 또 비금융기업의 해외금융업 진출에 대한 규제도 즉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금개위 방안이다. 하지만 금개위는 이같은 해외금융관련 규제완화의 결실이 대기업에 집중될 수 밖에 없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강한 육성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금융수요자들이 실제로 어깨를 펼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천광암 기자〉 ▼ 「꺾기」사라질 것인가 ▼ 금융개혁위원회가 개혁단기과제로 꺾기근절 등 불공정한 금융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꺾기의 실행주체인 금융계는 「당장은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13개 금융기관의 꺾기실태(94년5월∼96년4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금융기관은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서면서 39개업체에 월평균 2억3천만원(계약금액 1백53억원)의 꺾기를 강요했다. 한 시중은행의 K이사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무작정 신용대출을 늘리라고 하니 대출금리를 올릴 수는 없고 꺾기라도 동원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금수요가 월등히 많은 국내 금융환경을 고려하지않고 금융당국이 꺾기를 규제하면 중기대출이 갑자기 수그러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꺾기 불가피론을 폈다. 그렇지만 금융환경의 변화로 현재까지와 같은 과도한 꺾기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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