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검찰 표정]느긋하던 大檢 갑자기 부산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4분


○…대검찰청 간부와 수사관계자들은 일요일인 26일 출근하지 않고 대부분 산에 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여유있게 보냈으나 27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조적인 분위기. 이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그동안 느긋한 자세를 보이던 검찰도 조기 본격수사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전8시40분경 출근, 崔明善(최명선)차장 崔炳國(최병국)중수부장 李廷洙(이정수)수사기획관 朴相吉(박상길)중수2과장 등 대검관계자들을 긴급호출해 회의. ○…최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 착수를 공식발표하는 자리에서 「PK(부산 경남) 관련설」 등 난처한 질문에도 유머와 농담을 섞어가며 무난하게 대처. 최중수부장은 자신이 중수부장에 취임한 지난 23일 한보가 부도처리됐다며 『이 사건과의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 최중수부장은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나 뉴스브리핑에서 주로 선문선답(禪問禪答)식으로 대응한 安剛民(안강민)전임 중수부장과는 달리 『극비사항이 아니고 피의사실 공표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솔직히 밝히겠다』고 설명. ○…이번 한보사건수사의 주임검사로는 지난해 李養鎬(이양호) 전국방장관을 수사했던 박중수2과장이 낙점됐는데 박과장은 김총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수사계획 등을 마련해 왔다는 것. 검찰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과 김총장 최중수부장이 모두 PK출신인 점을 감안, 나중에 축소수사 등 잡음이 일 경우에 대비해 서울출신인 박과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대두. ○…검찰 수사진은 다음달 초 설연휴를 앞두고 한보사태가 터지자 『덕산과 한양그룹 사건 때처럼 대기업과 관련된 비리수사는 짧아야 한달정도 걸린다』며 『올해 고향가기는 글렀다』고 한숨. 더욱이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조사 당시 무조건 『모른다』며 특유의 버티기로 일관한 정총회장의 수법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수사관들은 『이번에도 고생깨나 할 것』이라며 걱정. ○…검찰 일각에서는 한보사태로 구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위급 인사여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볼 때 올해부터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제의 영향으로 검찰이 청구하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며 우려.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관련자들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법원이 설마 중수부에서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겠느냐』고 기대. 〈徐廷輔·申錫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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