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기습처리]울산 「파업회오리」…현총련 항의집회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울산·창원〓姜正勳·鄭在洛기자】경기불황으로 예년에 없이 썰렁한 세밑의 거리에 설상가상으로 노동법개정안의 국회 기습통과로 인한 파업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26일 오후부터 즉각 파업에 돌입한 울산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산하 대부분의 노조와 마창지역 노조간부들은 비장한 각오를 내비쳐 노동법개정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李英熙(이영희·35)현총련의장 등 간부들은 시종 침울한 표정속에서 담담한 말투로 회견문을 읽어내려 갔으며 『오늘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할 때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노조는 출근하자마자 『오늘 새벽 노동법과 안기부법개정안이 신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날치기 처리됐다』는 자체방송을 내보내며 크게 격앙된 모습. 이어 각 단위노조별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즉각 전면파업에 돌입하자』는데 쉽게 의견이 통일. ○…현총련과 민주주의민족통일울산연합 등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극한 용어를 총동원해 정부와 신한국당을 맹비난. 현총련은 국회의 기습처리를 『국민을 우롱한 폭거, 국민의 개혁요구를 짓밟아버린 만행』 등으로 규정하고 『탱크를 앞세운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맹공. ○…이날 오후3시부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현총련 집회는 참석인원이 약 1만명 수준으로 예상보다 적었으나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시종일관 정부 여당에 대한 규탄으로 진행. 각 단위노조들은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법 개악 분쇄하자」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집회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현총련은 『노동악법의 기습통과는 군사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며 『노동악법이 철회될 때까지 전면파업을 계속하자』고 호소.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조업이 전면중단된 회사들은 『노조의 향후일정을 지켜본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긴박하게 벌어진 파업상황에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들. 회사측은 『올 한햇동안은 파업이나 쟁의없이 평온하게 보냈는데 연말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노조간부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 ○…마산 창원지역 44개 민주노총 산하 노조중 10여개가 이날 파업에 돌입. 일부 노조는 대의원 대회나 간부회의 등을 열어 파업돌입 여부를 장시간 논의했으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행동 방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 ○…현총련의 전면파업이 결정된 직후 경남경찰청은 전경 10개중대 2천여명을 현대계열사 밀집지역인 울산 동구와 집회가 열리는 태화강 둔치 주변에 배치. 울산시민들은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었는데…』라며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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