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개정안/달라지는 생활]「변형근로제」대휴 늘어난다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천1백만 근로자는 내년부터 당장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하면 이를 수용해야 하고 재직중 회사측에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개별적 노사관계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이 지난 53년 제정 이후 어떻게 바뀌며 이것이 직장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쟁점별로 살펴본다.>> 「정리해고」 사용자가 「회사의 경영 악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이나 작업형태의 변경, 신기술 도입이나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의 구조적 변화, 업종전환, 기업의 양도 합병 인수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정리해고를 단행하면 근로자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물론 개정안은 정리해고의 전제조건으로 「노조나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해고 60일전 통보」 등의 규제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94년 『노조와 협의해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경우 사전협의를 안거쳐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한 적이 있어 이같은 규제조항이 별다른 효력을 나타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 27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시킬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정리해고를 하고 싶어도 근로기준법을 들고나오는 노조의 반발, 이에 따른 지루한 법정 다툼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는 법정 다툼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근로자의 반발을 의식해 거액을 얹어주었던 명예퇴직제를 시행하는 기업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은 해고 자유의 원칙이 정립돼 있는 미국에 비해선 해고요건이 엄격한 편이지만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선 해고를 인정하는 폭이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정리해고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법원의 판례로 시행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으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연장근로수당 삭감」과 「노동시간 연장」을 감수해야 한다. 이 제도를 잘만 운용하면 기업운영의 탄력성이 높아지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휴일(대휴·代休)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도입한 월단위 56시간 변형근로제는 쉽게 말해 「일이 많을 때는 연장근로수당 없이 늦게까지 일을 하고 일이 없을 때는 그만큼 쉴 수 있는」 제도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4주중 2주는 56시간까지 일을 시키고 나머지 2주는 주당 32시간만 일을 시키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4주 동안 일한 시간을 다 합치면 총1백76시간이므로 1주당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인 44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당 1만원을 받는 근로자 김모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김씨가 작업물량이 많은 첫째주는 56시간, 두번째주는 32시간, 세번째주는 56시간, 네번째주는 32시간을 근무했다고 가정할 경우 김씨는 현행법상 연장근로수당(기본급의 150%)을 포함해 1백88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변형근로제하에선 1주와 3주에 초과근무한 24시간에 대해 시간당 1만5천원이 아니라 1만원만 받게 되므로 4주간 총임금은 1백76만원이된다. 임금이 6.4% 줄어드는 것이다. 김씨와 임금수준이 같은 월급제 근로자 박씨의 경우는 임금이 더 줄어든다. 월급제 근로자는 작업량이 적을 때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정상임금을 받으므로 위의 경우 현행법상으로는 2백12만원을 받아왔으나 변형근로제하에서는 1백76만원만 받게 돼 임금이 20%가량 줄어든다. 단 이번 개정안은 주당56시간 변형근로제는 노사간 서면합의에 의해서만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사합의 없이도 실시할 수 있는 범위는 주48시간 한도 2주단위 변형근로제다. 이는 한주는 4시간 더 일을 시키고 다음주에 4시간 덜 시키면 연장근로수당을 안주는 제도다. 현재 일부 대기업이 실시하는 격주 전일제 토요휴무제와 비슷한 형태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변형근로시간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구체적 시행방법은 주단위 월단위 6개월 연단위 등 다양하고 대부분 노조측과의 사전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퇴직금제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이른바 「공익안」대로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도입된다. 지금은 퇴직할 때 일시불로 받게 돼 있으나 앞으로는 근로자가 원할 경우 근무중간에 입사이후 그때까지의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다. 일단 중간에 퇴직금을 받으면 그후엔 중간정산한 시점부터 다시 퇴직금 적립이 시작된다. 한달 임금이 1백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입사한 지 만 5년이 됐을 때 퇴직금을 5백만원 가량 받고 입사 25년후 정년퇴직할 때는 25년에서 5년을 뺀 20년치만 받는 것이다. 또 퇴직금 연금제가 도입된다. 현재 공무원들이 퇴직금을 일시불 대신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사용자가 퇴직연금보험에 가입한 경우 퇴직후 다달이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경영계의 오랜 숙원사항이던 법정 퇴직금제도 폐지는 이번 법개정안에선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95년 고용보험법 제정 당시 경과규칙에 명기한 대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제도가 퇴직금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될 2000년 이후 신규 입사자에 한해 퇴직금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2차개혁과제로 검토키로 했다. 「유급휴가 제한」 연차 유급휴가를 1년에 30일까지만 줄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이 조항의 신설로 영향을 받게 될 대상은 근속연수 20년차 이상 근로자다. 즉 현행법이 1년 개근시 10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주고 근속연수 1년마다 1일씩을 더 주므로 입사 25년차의 경우 현행법대로는 1년에 35일의 유급휴가를 갈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30일까지만 갈 수 있다. 「생활안정 특별대책」 정부는 법개정안과는 별도로 근로자 생활안정 및 재산형성지원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주요내용은 근로자주택저축 근로자재형저축 근로자증권투자저축 가입대상자를 현행 「월급여 60만원이하 근로자」에서 「1백만원이하」로 확대하는 것 등이다. 또 근로자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대상 폭도 주택규모 18평 이하에서 수도권은 21평, 기타지역은 25.7평 이하로 확대된다. 산재보험 적용범위도 현재의 5인이상 사업장에서 99년부터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로 확대된다. 98년부터는 근로자자녀 대학 학자금 융자제도가 신설돼 매년1만5천명에게 학자금을 지원한다. 〈李基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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