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承虎·李康雲·千光巖기자」 대우전자가 프랑스 톰슨그룹의 멀티미디어부문을
인수, 세계최대의 가전공급업체로 부상한 것은 최근 우리 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합
병(M&A)이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얼마전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기업들의 국제적인 기업인수합병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나름대로 위험성을 지적했을 정도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은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싼임금과 땅값을 찾아 주로 동남아
동유럽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 3년 전부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M&A시장에서도 한국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져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주요 「물주」로 떠올랐다.
이번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인수는 지난 6월부터 라가르드그룹과 톰슨을 분할
인수한다는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여 대우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고 자평한다
.
「세계경영」을 모토로 내건 대우그룹은 이에 앞서 프랑스에서 VCR 전자레인지 TV
공장 등을 인수 가동중이며 영국에서도 연산 80만대 규모의 VCR공장을 운영하고 있
다.
대우는 또 전자 디자인 등을 연구하는 파리연구소 등 3개의 해외연구소를 운영하
고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자동차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영국의 워딩테크니컬
센터는 포르셰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명차개발에 참여해온 곳.
해외 M&A에서는 삼성그룹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삼성은 작년 세계6위권 컴퓨터회사인 미국의 AST리서치사 지분 40%를 사들였다.
삼성은 또 하이파이오디오부문에 고기술을 가진 일본의 럭스만사와 독일의 세계적
인 카메라회사 롤라이포토네틱을 인수했다.
현대그룹은 미국의 AT&T GIS사의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인수했고 삼성과의 경합
끝에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인 맥스터사 M&A에도 성공했다.
LG는 미국의 제니스전자와 장거리 전화업체인 TTI를 인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金龍鎬이사는 『우리기업들이 선진국으로 진출하는것은고급기술
및 인재를 확보하고 선진국시장을 선점, 개척하기위한것』이라고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않다.
인수대상기업이 원래 부실한 업체여서 경영정상화가 쉽지않아 막상 인수해놓고도
매년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며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리고 정작 탐을 냈던 기술인력은 부실화과정에서 떠나버려 아무 쓸모없는 기업
이 되어버리는가 하면 문화적 특성이나 경영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종업원들의 적응
도 힘들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국내산업공동화의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인수담당간부는 『그러나 국내에 안주하다가는 도저히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무역장벽 등 때문에 해외시장에 침투하기도 힘들다』며 『해외진
출은 기업의 생존전략』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