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만든 글이나 그림이라도 사람이 일부 수정했다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성형 AI 확산 이후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강석원 위원장을 17일 서울 용산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AI 시대 변화와 대응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AI 확산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저작권 등록 건수의 증가다. 강 위원장은 “저작권 등록이 30% 이상 늘어났다”며 “예전에는 창작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요즘은 ‘딸깍 출판’처럼 AI로 결과물을 만들고 일부 수정해 자신의 저작물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했다.
AI만으로 생성된 결과물은 저작물이 아니라 산출물로 보지만, 여기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들어가면 기여 부분에 대해선 저작권이 인정된다. 이런 방식으로 등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기업이 모델 학습에 기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는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강 위원장은 “창작자는 AI로 인해 기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반대로 AI 기업은 아직 수익 모델이 없는 학습 단계인 만큼 무료 이용이 필요하다고 한다”라며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작자들의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매장에서 트는 음악이나 게임 배경음악 등은 원래 사람이 만들어 사용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AI로 대체되면 창작자들이 가져가던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출판 분야에서도 AI로 빠르게 만들어낸 ‘딸깍 출판’이 기존 저작물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 위원장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건 콘텐츠 시장의 질적 저하다. 그는 “저품질 콘텐츠가 범람하면 수익도 줄고 창작 의욕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저작권 제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강 위원장은 “콘텐츠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사람이 만든 것만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며 “이 경우 인간 창작물이 ‘명품’처럼 취급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인 대응도 추진되고 있다.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 등록 안내서와 분쟁 예방 가이드를 마련하고, AI 학습 과정에서 공정이용 판단 기준을 담은 안내서를 발간했다. 또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23일)’을 맞아 저작권의 가치를 알리는 토크 콘서트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권리 정보 정리’도 위원회의 주요 과제다. 강 위원장은 “AI 기업들도 권리자를 찾기 어려워 계약 자체가 힘들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며 “음악처럼 권리 정보를 한곳에 모아 어디서 계약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판물의 경우 사후 70년까지 권리가 유지된다. 하지만 권리가 상속됐는지, 출판사에 넘겨졌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위원회는 AI 학습데이터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어문(출판) 분야로 권리 정보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이를 통해 계약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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