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SF소설 속 인공중력, 우주농업 핵심 되다

  • 동아일보

행성 생태계 바꾸는 ‘테라포밍’
우주 공간서 식량 생성 현실로
◇우주농업/정대호 손정익 지음/300쪽·2만 원·동아시아


1942년 미국의 공상과학(SF) 소설가 잭 윌리엄슨은 이런 상상을 했다. 소행성 내부에 중력 장치를 장착해 인공 중력을 구현하는 기술을 마련하면 어떨까. 이런 그의 상상력은 단편소설 ‘충돌궤도’에 반영됐고, 잭은 이 기술에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상’으로 치부되던 이 개념은 현재 우주농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원예학자와 식물공학자인 두 저자는 ‘테라포밍’에 대한 로드맵을 차근히 설명한다. 물론 현재의 ‘테라포밍’은 1942년의 발상과는 다소 다르다. 행성 또는 위성의 생태계를 변화시켜 여러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뜻하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책은 지금껏 인류가 쌓아올린 농업 기술의 역사를 훑으며, 우주에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테라포밍에는 윤리적 문제가 뒤따른다. 찬성 측은 “생명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테라포밍을 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테라포밍 과정은 반드시 자연에 비윤리적인 인간의 간섭을 일으키므로 옳지 않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아직까진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 적이 없기에, 학계 인사들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 자생 중인 생명체가 없다면 테라포밍이 괜찮다는 입장 쪽으로 기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경제적인 측면이다. 화성의 대기를 지구 수준의 밀도로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재료를 지구에서 가져간다고 하면, 1018t에 이르는 공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대략 구매력 평가 지수 기반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18억 배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대두되는 개념이 ‘패러테라포밍(Para-terraforming)’이다. 행성 표면에 외부와 격리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만 테라포밍하는 방식이다. 행성 전체의 테라포밍에 비하면 환경을 적게 교란할 뿐 아니라, 사용하는 자원의 양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대기가 잘 조성돼 있지 않은 행성은 운석 충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충돌 시 빠르게 수리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위험한 방사선을 막아낼 피복재도 반드시 필요하다.

1950년대 달 탐사가 진행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세계 SF 작가와 학자는 달에 인간이 살 기지를 만들기 위해 조감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외형은 대개 월면 토양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형태였다. 단점은 창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요즘은 밀폐된 월면 기지가 건설될 경우, 그 내부에서 인공광을 사용해 수경 재배를 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저자들은 “더 먼 우주까지 나아가기 위해 몇 가지 기술이 더 필요하지만, 우리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음 달 6일엔 유인 달 탐사 작전인 ‘아르테미스 II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이번엔 달에 착륙하진 않지만 우주비행사들이 10일간 달 주위를 비행할 예정이다. 달 착륙은 2028년쯤 발사될 ‘아르테미스 III 프로젝트’를 통해 시도된다. 테라포밍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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