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비평으로 마음 수신, 외롭지만 괴롭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일 04시 30분


영화평론 ‘믿을 수 없음을 미적분하기: 탈진실 시대의 영화론’
●당선소감

최우정 씨
최우정 씨
비평이라는 것을 쓰는 계기는 대개 두 가지다. 첫째, 무엇이든 남기고 싶은 텍스트를 만났을 때. 둘째, 어떻게든 건네고 싶은 메시지가 생겼을 때. 전자에겐 텍스트에 대한 직관을 해명할 임무가, 후자에겐 메시지와 닿는 작품을 발견할 과제가 주어진다. 그런데 위의 두 계기가 맞물리는 경우도 가끔 일어난다. 우연히 다가온 텍스트와 메시지가 저절로 이야기를 펼쳐 놓는 때다. 당선 소식을 듣고는 받아쓰기를 마쳤다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도 ‘진짜와 가짜’로 말놀이를 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몇 편의 글을 발신했다. 그것의 형식과 내용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이 타인의 마음에 수신된다는 것은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평생 네가 글을 쓰길 바란다고, 자주 당신의 글을 읽길 원한다고 격려했던 분들의 눈빛과 음성을 기억한다. 비평을 쓰는 행위가 이따금 외롭지만 그럼에도 괴롭지 않은 이유는,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극예술 연구의 도정을 열어주신 이상란 선생님, 키네마(kinema)의 매혹을 알려주신 백문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닮고 싶은 스승을 두 분이나 만나는 건 공부하는 이에게 흔치 않은 행운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을 짓기는 어렵기에 다시 인용한다. 즐겁게 쓰인 원고에 기대를 걸어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린다.

△1996년 경기 수원시 출생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학부·석사 졸업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자신만의 시각으로 믿음과 진실 해부
●심사평
김시무 씨
김시무 씨
관객들이 영화평론을 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뭣보다 한 편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그 작품에 대한 해석을 읽으며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쓴 평론은 독자 지지를 얻는다. 이는 평론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문다면 좋은 평론가로 성장할 수 없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까지 갖춰야 비로소 평론가란 이름값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믿을 수 없음을 미적분하기: 탈진실 시대의 영화론’이란 제목의 평론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 이정홍의 ‘괴인’을 묶어 믿음과 진실의 문제를 해부했다. 평자가 세 편을 선택한 이유는 “믿음과 진실 같은 것이 때로는 남루하고 대체로 요원하지만 외로운 존재들이 버텨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속삭이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평자는 ‘괴물’을 “평범한 존재만을 규범적 인간으로 승인하는 사회가 얼마나 비좁고 갑갑한 틈바구니로 구성원들을 몰아넣는지 현시하는 영화”라고 규정한다.

이 평론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란 루카치의 명문을 화두로 삼아 논의를 전개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이해하려면 결국 ‘어스름한 새벽’이란 긴 우회로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들은 명료한 직선을 거부하고 관객을 의심과 불안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자는 “왜 영화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영화란 허구(fiction)를 통해 현실을 수선(fix-tion)해야 하기 때문이란 답을 제시한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김시무 씨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26 신춘문예#당선작#최우정 씨#영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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