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별을 따다…” 故윤석화, 연극계 스타 배우 넘은 ‘韓CM송 레전드’

  • 뉴스1
  • 입력 2025년 12월 19일 11시 05분


19일 오전 9시 53분 별세·…오란씨·부라보콘 등 주옥 같은 CM송 남겨

1세대 연극 스타 윤석화 . (뉴스1 DB)
1세대 연극 스타 윤석화 . (뉴스1 DB)
고(故) 윤석화는 연극계 스타를 넘어 대한민국 광고 역사에서 목소리 하나로 시대의 공기를 바꾼 주인공이기도 했다.

1970~80년대 TV와 라디오를 장악했던 윤석화의 청아하고 맑은 음색은 단순한 광고 메시지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었다. 현재까지도 그가 남긴 멜로디는 한국 광고음악의 ‘교과서’로 평가되고 있다.

윤석화의 전설은 1976년 오란씨 광고와 함께 시작됐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로 시작되는 이 CM송은 작곡가 강근식의 세련된 선율에 윤석화의 투명한 목소리가 얹어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중은 가수의 얼굴은 몰라도 그 목소리만은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이후 그는 부라보콘 등 식품부터 가전, 섬유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수천 곡의 CM송을 소화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소비자들에게는 친근함과 신뢰를 심어주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다.

윤석화가 광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제품의 특성에 맞춰 목소리의 질감을 조절할 줄 아는 탁월한 표현력을 지녔다. 때로는 순수한 소녀처럼, 때로는 세련된 도시 여성처럼 변모하는 그의 음색은 광고의 시각적 요소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전문가들은 윤석화의 CM송이 한국 광고음악을 단순한 ‘배경음악’에서 ‘독자적인 장르’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한다.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의 서사를 담아내는 그의 곡들은 대중가요 못지않은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했다.

2025년 현재, 화려한 CG와 AI 기술이 광고판을 지배하고 있지만, 윤석화가 보여준 ‘진정성 있는 목소리’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 속에서 그가 부른 과거의 광고들이 다시금 회자되는 것은 그의 목소리가 가진 세월을 이기는 힘을 증명한다.

윤석화는 한국 광고음악의 기틀을 닦은 선구자이자, 소리로 시대를 위로했던 예술가였다. 그가 남긴 청아한 멜로디는 한국 대중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편 윤석화는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그는 그간 뇌종양으로 투병해 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9시며, 장지는 용인 아너스톤이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1남 1녀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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