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생산의 90% 중국서 이뤄져
대만의 전자기기 제조사 ‘폭스콘’… 현재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
미중 무역 갈등 점차 심화되자 中에 쏠린 공급망 이전 압박 커져
◇애플 인 차이나/패트릭 맥기 지음·이준걸 옮김/640쪽·3만2000원·인플루엔셜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자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애플이 거기(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건 정말 지옥 같은 일이 될 겁니다.”
영국 공급망 연구기관 ‘제로100’의 공동 설립자인 케빈 오마라는 애플이 중국의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같이 평했다. 애플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표방했지만 실제론 제품, 엔지니어링 등 대부분의 공정이 사실상 중국 한곳에 동기화돼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애플은 여전히 중국 공장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된 것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로 애플을 취재해 온 저자가 수십 년간 중국과 대만 내 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한 애플 공급망 전략의 변천사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애플이 중국에 갖고 있는 ‘붉은 공급망’이 트럼프 미 행정부 아래서 앞으로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지도 전망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애플은 제품을 자체 생산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에서, 해외에서는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서 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경영 위기를 겪은 뒤엔 해외의 저비용 국가에 생산을 맡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시작했는데, 점차 중국 한 나라에 생산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책은 중국에 공장을 둔 대만의 컴퓨터 및 전자기기 제조사 ‘폭스콘’의 이야기에도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현재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가 되기까지 수십 년간 폭스콘 최고경영자(CEO)인 궈타이밍은 애플과 끈질기게, 때로는 겸손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폭스콘은 세계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아이맥과 아이팟을 위탁생산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2014년 중국에 있는 폭스콘의 아이폰 공장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애플은 오프쇼어링 과정에서 중국 스마트폰 생태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 출처 팀 쿡 SNS하지만 그게 끝이라고 보지 않았다. 애플이 비밀리에 ‘아이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공급사를 물색할 때, 폭스콘은 어떻게든 애플의 기술을 배우겠다는 집념으로 아이폰의 주 생산 업체가 됐다. 저자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애플이 폭스콘이 거느린 중국 내 공장에 더욱 의존하게 됐고, 결국 ‘스스로를 중국에 가뒀다’고 평가했다.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선 종종 노동 착취 문제도 불거졌다. 노동자들이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는 대거 공장을 탈주하는 일도 벌어졌다. 저자는 애플이 노동자를 착취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암묵적 허용 아래 노동 착취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애플은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요구받으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결국 애플은 약 6000억 달러(약 85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해야 했다. 동시에 중국에 쏠린 공급망을 인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플의 탈(脫)중국에 다소 회의적이다. 여전히 아이폰 생산의 90%가 중국에서 이뤄질 만큼 의존도가 심각한 탓이다. 미 최대 IT 기업이 중국의 생산기지에 종속되는 과정이나 미중 무역 갈등의 생생한 뒷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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