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봅니다(I see you).”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들은 그런 말로 인사한다. 우리의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말일 게다. 인사에는 그 사람들의 상황과 성향이 담긴다. ‘안녕’을 묻는 우리는 그만큼 ‘생존’과 ‘평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신을 봅니다’는 ‘존재’의 중요함이 담겼다. 그건 눈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이다.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은 촉수처럼 생긴 신경 다발을 타 생명체들과 연결해 교감한다. 익룡처럼 생긴 이크란이나, 돌고래 모양의 일루에 올라타고 하늘을 날거나 바닷속을 유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촉수를 연결해 교감을 해야 한다. ‘당신을 봅니다’라는 인사는 그래서 이러한 직접적인 교감의 의미도 갖고 있다.
‘아바타’는 하반신 마비인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이크는 나비족을 복제해 만든 아바타(분신)에 접속해 판도라 행성을 마음껏 걷고 뛰는 자유를 경험한다. 나비족의 네이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점점 그들에게 동화되며 끝내 진짜 나비족이 된다. 이제 제이크도 나비족들과 “당신을 봅니다”로 인사한다. 그들은 종족 자체가 다른 존재들이지만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의 새해 인사는 복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갈등들을 보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갈수록 심해지는 편 가르기의 분열 속에서 우리의 인사도 이제 ‘당신을 봅니다’ 같은 존재 자체의 인정을 담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새해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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