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기억’…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로 [동아닷컴 금주의 신간]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8월 8일 14시 36분


◇해방의 기억/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368면·19000원·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해방 80주년을 맞아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 8·15를 맞이한 코리언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한중일 역사 교과서 속 해방 서술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이태준의 소설·중국 동북 지역의 조선인·재일조선인 문학을 통해 해방의 풍경을 그린다. 3부는 전남 보성군, 북한 사회, 재일조선인 사회 등 지역별 8·15의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 4부에서는 남북 청년, 재중조선족, 재일조선인들이 해방과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나눈다.
각기 다른 국가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스스로 코리언이라 인식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해방을 한반도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해방의 의미를 동아시아로 넓혀간다. 책은 냉전적 사고와 혐오를 넘어 반차별주의와 평화의 미래를 그리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해방 80주년을 맞아 8·15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장영희 지음/ 268쪽·18000원·샘터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2009년 세상을 떠난 장영희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의 개정판이다.
이번 개정판에는 장영희가 생의 마지막까지 남긴 생생한 숨결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뜻하지만,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행운의 네잎클로버는 보이지 않더라도, 일부러 찾지 않고도 발밑에 차이는 게 행복이라는 뜻이겠지요”라며 일상의 소중함을 전했다. 복잡한 표현 대신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언어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장영희.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의 사랑이 조용한 꽃비처럼 당신의 마음에 내려앉을 것이다.

◇놀이터의 유령/ 이기성 지음/ 159쪽·15000원·문학과지성사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어느 밤, 놀이터에 앉아 있는 건 아이가 아니다. 어둠 속을 부유하며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하는 유령이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의 유예된 언어로 만들어진다. 픽션적 구성과 비평적 사유를 넘나드는 글들로, 고독과 소외, 그리고 잊힌 감각을 다시 불러낸다.
표제작 ‘놀이터의 유령’은 어린 날의 놀이터를 잃어버린 존재, 그리하여 놀이가 아닌 망각과 침묵의 공간을 전전하는 혼령을 떠올리게 한다. 유령만이 감각하는 공기, 소멸 직전의 흐릿한 형상, 그리고 누구도 보지 않는 황혼의 놀이터. 책은 냉혹한 도시의 풍경을 가로지르며 묻는다. 놀이터를 상실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무엇인가? 망각을 거부하며 홀로 몰두하는 이 유령 시인이 연민의 대상인지 우정의 대상인지 알 수 없다.
무너진 시소, 구획된 콘크리트 주차장, 자본과 권력이 짓누르는 일상의 틈에서 시인은 유령의 형상으로 부유한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해 온 잔해들을 고요히 꺼내어 보여준다. 우리가 외면한 상처의 놀이터 위에, 그 흔적을 고요히 앉혀놓는다.

◇AI 충격파/ 김장현 지음/ 272쪽·20000원·원앤원북스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AI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성찰을 담은 책. 문과 출신으로 공학 교수를 맡고 있는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는 AI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며, 우리가 AI를 두려워하거나 막연히 기대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생성형 AI가 가져온 변화(1장),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넘나드는 방식(2장), 가짜뉴스·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3장), 인간 능력의 재정립(4장), AI 시대 시민의 교양(5장)으로 구성돼 있다.
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AI 시대에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AI 시대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필수적인 교양서다.


◇둘이 거리로 나와/ 오은경 지음/ 168쪽·12000원·문학과지성사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시인 오은경의 세 번째 시집. 모호함과 불안을 껴안은 ‘둘’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이 시집에서 둘은 ‘나’와 ‘너’도, ‘우리’도 아닌 듯 보인다. 완전히 분리되지도, 온전히 포개지지도 않은 존재다. 그 중간 지점을 ‘둘’이라 부르며, 서로를 향한 거리감과 접점을 동시에 그려낸다.
‘너’가 앞서가면 ‘나’는 따라가고, 쫓는 마음에는 위태로움이 있지만, 문득 확실한 ‘우리’로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 감각을 붙잡기 위한 여정이다. ‘너’를 이해하려면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조금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감각이 조용히 스며든다. 시 48편은 4부로 묶여 있다.

#책추천#신간#방학독서#필독서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