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에디터’ 이어령의 다양한 발자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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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문학관, 3주기 추모전 열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1934∼2022)의 별명 중 하나는 ‘르네상스 맨’이다. 대학교수, 평론가, 장관, 문학잡지 에디터 등 보통 사람은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다채로운 일을 평생에 걸쳐 했다. 이 전 장관의 부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92)은 이를 ‘우물 파기’에 비유했다. “물이 나오면 다음 우물을 파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우물 파는 사람의 운명”이란 설명이다.

영인문학관이 이 전 장관 3주기를 맞아 18일부터 추모전 ‘에디터로서의 이어령’을 개최했다. 2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문학관에서 만난 강 관장은 “이어령의 우물을 하나씩 탐사해 수심과 수량, 수질을 실태 조사하는 작업”이며 “첫 전시로 에디터로 지낸 시간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1972년 10월 창간호부터 1985년 11월까지 ‘문학사상’을 편집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가 실린 문학사상 창간호 표지(사진)가 관객을 맞았다. 이 전 장관이 창간호부터 도입한 ‘한국 현대문학의 재정리’ 코너는 당시 국문학계에 큰 자극을 줬다. 국문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현진건 한용운 등의 문학사적 의미를 정리했다. 창간호 때부터 자료조사 연구실이란 별도 조직을 운영해 윤동주의 미발표 유고 8편을 입수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상문학상도 제정해 운영했다.

1975년 12월 실린 박완서의 ‘도시의 흉년’, 1978년 1월에 실린 최인호 ‘지구인’ 등 문학사상에 연재된 작가들의 육필원고도 만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사전 전화 예약자는 영인문학관 2층에 있는 이 전 장관 서재에서 실제 집필에 사용했던 컴퓨터 7대, 장서 등도 관람할 수 있다.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령#추모전#르네상스 맨#한국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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