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노래한 소프라노 박혜상… “살아있는 동안 빛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13일 롯데콘서트홀서 리사이틀
“죽음-삶에 대한 고민 담으려 노력”

“결코 슬퍼하지 마라,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1세기경 그리스 비석에 새겨진 ‘세이킬로스의 노래’다. 소프라노 박혜상(36)이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두 번째로 발매하는 앨범 ‘Breathe(숨·사진)’의 주제이기도 하다. 2일 새 앨범을 발매한 박혜상이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숨’을 연다.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를 연 박혜상은 “팬데믹 기간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여럿 잃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앨범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첫 곡으로는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노래 ‘시편’에 세이킬로스의 노래를 넣어 편곡한 ‘While You Live’를 택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아침마다 맞이하는 일출이 거대한 우주의 포용처럼 느껴졌죠. 모든 이들이 삶의 평화와 힘을 맛보며 살아갈 용기를 얻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앨범 표지에서 박혜상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다. “녹음을 마친 뒤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물속으로 사라지는 신비한 꿈을 꾸었죠. 바로 태국으로 가서 프리다이빙을 배웠고 수중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음반에는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픈 노래의 교향곡’ 2악장,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 ‘인 트루티나’,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을 편곡한 ‘아베 마리아’ 등 25곡을 담았다. 작곡가 우효원의 ‘레퀴엠 에테르남(어이 가리)’도 실었다. 국악기 아쟁 연주에 목소리를 얹어 서양의 장송미사(레퀴엠) 형식에 담은 곡이다. 박혜상은 “아쟁의 반주는 죽은 영혼들에게 오래 기억하겠다는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친숙한 곡과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이 섞여 있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도 귀에 쏙쏙 잡혀오는 선율들이다. 사색과 죽음이 주제가 된 만큼 호화로운 기교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녹음됐지만 극장의 자연 음향을 살리기보다는 믹싱 기기의 색상이 짙은 크로스오버적 음향으로 마무리했다.

박혜상은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준우승과 도밍고 국제 콩쿠르 사르수엘라 부문 2위를 수상했다. 올해 영국 바비컨 센터 등에서 리사이틀을 여는데 이어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파미나 역 등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13일 리사이틀에는 김건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소리꾼 고영열이 출연한다. 앨범에 실린 곡들 외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가곡’ 작품 27 등도 선을 보인다. 5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숨#박혜상#리사이틀#소프라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