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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방귀남’→‘박뿡’… 맞춤 번역으로 ‘베트남 대박’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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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오’ 225만명 韓영화 최고흥행
전문번역가 아닌 현지 직원 참여
“번역 덕분에 내내 웃어” 관객 호평
영화 ‘육사오’ 베트남 포스터. CJ HK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육사오’ 베트남 포스터. CJ HK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흥행한 비결로는 우선 남북 분단을 다뤘다는 점을 꼽는다. 베트남 역시 과거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만큼 베트남인에게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것. 하지만 일등 공신으로는 현지 정서와 유행어를 그대로 반영한 ‘베트남 맞춤형 번역’이 꼽힌다. 영화의 현지 배급을 맡은 CJ HK 엔터테인먼트 정태선 법인장은 “현지 관객 댓글 중에 번역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성공적인 번역 덕분에 내내 웃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현지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띠축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뚜안린 배급팀장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건 한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대북 방송을 하며 “북녘 동포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는 장면. 이는 베트남 국민 작곡가 찐꽁선의 노래 ‘큰 손을 잡고’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실제 노래는 ‘우리 지금 만나’가 그대로 나왔고 가사 역시 ‘우리 지금 만나’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지만 베트남 노래 제목을 활용해 웃음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 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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