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걸그룹, 세대 넘어 울림 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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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는 올드팝… ‘블랙핑크’는 클래식… ‘(여자)아이들’은 오페라
1978년 美 디스코가수 히트곡… 아이브, 간주 부분 활용해 신선
블랙핑크, 파가니니 선율 도입… 빌보드 “클래식과 힙합의 만남”
(여자)아이들은 ‘카르멘’ 차용, ‘남들 시선보다 나다운 모습’ 반전

지난달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곡 ‘셧 다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블랙핑크. 왼쪽부터 지수, 제니, 리사, 로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곡 ‘셧 다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블랙핑크. 왼쪽부터 지수, 제니, 리사, 로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와 아이브, (여자)아이들….

최근 ‘대세’ 걸그룹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발매한 신곡 중에는 기존 곡의 일부 음원을 재편집해 활용하는 샘플링을 한 곡이 있다는 것. 가요계에서 샘플링은 꾸준히 사랑받았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샘플링한 H.O.T.의 ‘빛’(1998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해 인기를 얻었던 신화의 ‘T.O.P’(1999년)가 대표적이다.

아이브는 8월 발매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에서 1978년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의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했다. 통상 팝송 샘플링에서는 후렴구를 활용하는데 애프터 라이크는 간주 부분을 활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아이 윌 서바이브는 빌보드 핫백 차트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이라 아이브는 기존 팬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블랙핑크는 클래식을 택했다. 19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해 지난달 선보인 곡 ‘셧 다운’으로 인기를 끌었다. 곡 시작부터 라 캄파넬라 도입부의 강렬한 바이올린 선율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이 곡을 샘플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빌보드는 “친숙한 클래식과 힙합의 만남으로 까다로운 청중을 만족시켰다”고 평했다.

17일 컴백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신곡 ‘누드’는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차용했다. ‘누드’라는 노래 제목에 대중은 섹시 콘셉트를 예상했으나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나다운 모습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아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4세대 걸그룹들이 과거 명곡을 샘플링한 건 친숙한 멜로디가 신곡을 듣는 이들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세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 명곡이 K팝에 녹아들어 새롭게 재탄생함으로써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4세대 걸그룹#아이브#블랙핑크#(여자)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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