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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300년 전 바로크 시대의 ‘n행시’, 콘서트로 만난다

입력 2022-05-16 14:32업데이트 2022-05-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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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의 유럽 사람들도 ‘삼행시’ 같은 말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들이 연주하고 듣던 음악에도 그 문화가 반영돼 있죠.”

300년 전 유럽인들의 ‘말놀이 음악’을 콘서트에서 만난다. 바로크 음악 연주단체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가 17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올리는 ‘글자 퍼즐 B.A.R.O.Q.U.E.’ 연주회다.

독일 작곡가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 프랑스 작곡가 쿠프랭과 이탈리아 작곡가 참피가 각각 작곡한 ‘예레미아 애가’ 등 세 곡을 선보인다. 참피의 곡은 세계 초연 순서가 될 거라고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의 이은지 음악감독은 귀띔했다.

세 곡의 특징은 ‘어크로스틱스(Acrostics)’라는 시 형식을 전용했다는 것. 우리에게 친숙한 ‘n행시’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의 각 행이나 절(節) 첫 글자를 연결하면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무대 첫 순서인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는 24곡의 짧은 소나타로 구성된 곡이다. “각각의 곡은 A부터 Z까지 알파벳 24자로 시작하는 여성 이름 24개가 제목으로 붙어 있습니다. 당시 I와 J, U와 V는 서로 혼용되었기 때문에 26곡이 아니라 24곡이 되었죠.”

이 감독은 “이 여성 이름들은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름들이지만 일부는 어떤 인물인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24곡 중 ‘바로크’를 뜻하는 ‘B,A,R,O,Q,U,E’ 글자 소나타 일곱 곡을 연주한다.

‘예레미아 애가’는 구약성서의 일부로 예루살렘의 함락과 성전의 파괴를 탄식하는 텍스트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려 부활절 직전 고난주간에 성악곡으로 연주된다. “예레미아 애가의 히브리어 텍스트가 각 절(節)마다 히브리어 알파벳 각 첫 글자로 시작합니다. 이 곡들에서는 시작하는 첫 자를 여러 음표의 연결로 처리해 강조의 효과를 높이죠.” 두 곡의 ‘예레미아 애가’에서는 소프라노 임소정이 솔로를 맡는다.

이런 콘서트를 착안한 계기는 페첼의 ‘알파벳 소나타’였다고 이 감독은 밝혔다. “이 곡의 컨셉트가 흥미로와서, 다른 어떤 곡과 묶을까 궁리하다가 히브리어 알파벳을 사용한 ‘예레미아 애가’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페첼의 곡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소박한 가운데 다채로운 성격들이 모여 있어 매력적입니다. 쿠프랭의 곡은 그의 대표작인 클라브생(건반악기) 모음곡 작곡 중에 나온 곡이라서 매우 세련된 기법을 선보이죠. 참피의 곡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만큼 바로크 곡 중에서도 새로운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코리안바로크소사이어티는 2018년 창단됐으며 이번이 다섯 번 째 정기공연이다. 바로크 음악과 국악이 어우러진 지난해 ‘바로크 어드벤처: 하멜 그리고 조선’을 비롯해 매번 성격이 뚜렷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은지 음악감독은 줄리어드 음대 고음악 과정을 졸업했고 인디애나 음대에서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을 곁들인 해설을 함께 할 예정이다.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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