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삶을 살찌우는… 수백년 전 그림이 비춘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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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방/이은화 지음/268쪽·1만7000원·아트북스

19세기 영국 상징주의 화가 와츠의 유화 ‘희망’은 눈을 가린 여자가 줄 끊어진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화가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희망’으로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다.

세기가 바뀌어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미국 대중에게 이 그림을 소개하며 희망을 전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그림에서 착안한 ‘담대한 희망’을 자서전 제목으로 사용했다.

저자는 60점의 명화를 ‘발상의 방’ ‘행복의 방’ ‘관계의 방’ ‘욕망의 방’ ‘성찰의 방’ 등 다섯 개 범주로 나눠 소개한다. 동아일보 ‘이은화의 미술시간’ 등에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앞서 전한 와츠의 ‘희망’은 ‘성찰의 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이다.

덴마크 국립미술관에 가면 뒤집혀 걸려 뒷면만 보이는 것처럼 여겨지는 그림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뒤집힌 게 아니라 액자의 뒷면을 정밀하게 그린 그림이다. 플랑드르 화가 헤이스브레흐츠가 1672년 그린 ‘그림의 뒷면’이다. 350년 전 화가의 의표를 뛰어넘는 발상이 21세기의 관람객을 놀라게 한다. 이 책의 ‘발상의 방’ 장에서 소개한 그림 중 하나다.

“예술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창작자가 살던 시대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림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 예술이 세상을 바꾸거나 구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삶을 바꾸거나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예술 작품#그림#그림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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