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5년만의 신작…“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겠다는 결의”

이호재기자 입력 2021-09-07 15:08수정 2021-09-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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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고르자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1)은 7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9일 출간하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책 제목에 담았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간절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 개인적 삶에 갇히지 않고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나가서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데 영향을 줬죠.”

한강이 장편소설을 펴낸 건 2016년 ‘흰’(문학동네)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신간은 출간 전부터 이미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2014년 6월에 첫 두 페이지 썼고, 2018년에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며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7년이라고 해야 할지 3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는 “나 자신도 과연 완성할 수 있는 소설인가 의문을 품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썼기에 하나의 물성을 가진 책을 내 손에 쥐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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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은 1947~1954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현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소설가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간다.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환상 속에서 4·3 사건의 피해자이인 인선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제가 소재를 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있다”며 “저는 절대로 제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쓸 계획이 따로 없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이야기 도입부엔 인선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와 치료 과정이 나온다. 그는 소설에서 이 사건을 고통스러운 사건을 우리가 계속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장치로 쓴다. 그는 “손가락이 절단된 뒤에 잘린 신경이 떨어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손가락에 상처를 계속 내서 피가 흐르게 하고 생명이 흐르게 하며 치료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잘려나간 부분이 썩는다”고 했다. 그는 또 “고통스럽지만 환부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손가락이 살아있게 된다”며 “우리가 껴안기 어려운 걸 껴안을 때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이 죽음 대신 생명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가 2014년 펴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와 짝을 이룬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5·18민주화운동의 당시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신작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의 모습에서 한강의 그림자가 비친다.

“소설 속 경하의 모습이 다 제 모습은 아니지만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에 악몽을 꾼 것은 사실이에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제 삶에 악몽이나 죽음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신작을 쓰면서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소설을 쓰면서 고통도 있었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저를 구해줬죠.”

이호재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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