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수영은 고대 그리스 필수과목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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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 인류/하워드 민즈 지음·이윤정 옮김/368쪽·1만6000원·미래의창

“인간은 읽고 쓰고 헤엄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한 말이다. 당시 그리스에서 수영은 필수 교육 중 하나로 꼽혔다. 약 8000년 전에 그려진 이집트 와디수라의 ‘헤엄치는 사람들’ 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수영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그리스·로마시대는 수영의 역사에서 첫 황금기였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헤엄치기는 민물보다 바닷물이 나으며, 차가울수록 좋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로마시대 경멸의 표현 중 하나가 “저 인간은 헤엄도 못 치고 읽지도 못해”였단다.

그리스·로마시대에 수영이 중요하게 인식됐던 것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423년 스파르타 군대가 스팍테리아섬에서 아테네 군대에 포위됐을 때 스파르타 지원군은 꿀에 버무린 양귀비 씨와 빻은 아마를 가죽에 채운 후 잠수를 해서 포위된 아군에게 식량을 날라주었다.

이렇게 ‘대접’을 받았던 수영이 중세 이후엔 1000년 동안 유럽 대륙에서 암흑 속에 묻혀야 했다. 로마제국의 몰락 후 체계적인 물 공급 시스템이 무너지자 도시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졌고, 기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옷을 거의 입지 않고 하는 수영을 타락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했다. 심지어 중세시대 널리 퍼졌던 마녀사냥에서는 물에 뜨는지 여부가 마녀를 구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중세 수영의 암흑기를 지나 근대에 와서는 상금이 걸린 수영대회가 열렸다. 1791년 영국에서 열린 수영대회의 우승 상금은 오늘날 돈으로 1225달러(약 144만 원) 정도였다.

기록 단축을 위한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나이키가 개발한 끈 없는 수영 안경은 기록을 0.146초 앞당길 수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에서 1위와 2위의 기록 차이는 0.29초에 불과했다.

수영 선수 출신인 저자가 20년 넘게 모은 다양한 수영의 역사를 정리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알아두면 때로는 쓸모 있는 신비한 수영 사전.’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수영#고대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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