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보다 매운 오피스 웹드라마…“실제 회사냐” 댓글도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22 15:16수정 2021-06-22 15:4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웹드라마 '좋좋소' 포스터 및 캡처.
“드라마 ‘미생’이 순한 맛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매운 맛 백신이다.”

철저한 현실고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웹드라마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다.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정도다. “좋좋소를 보고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올지 모른다. 중소기업 근무 계획이 있다면 백신을 맞듯 꼭 봐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OTT 플랫폼 왓챠와 유튜브 채널 ‘이과장’을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 ‘좋좋소’ 시즌3의 인기가 뜨겁다.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5일 첫 공개된 드라마는 22일 현재 5개 에피소드마다 평균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겼다. ‘좋소기업’은 중소기업을 비꼬는 단어 ‘X소기업’에서 비롯된 말. 구독자 약 43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과장’에서 1월부터 실험적으로 선보인 이 드라마는 시즌1·2의 인기에 힘입어 왓챠가 시즌3부터 공동 제작자로 나섰다. 23일에는 주요서점에서 시즌1·2의 대본집도 출간된다.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은 뭘까.

○철저한 현실 고증과 고발
웹드라마 '좋좋소' 포스터 및 캡처.
‘좋좋소’가 가진 저력은 현실 고증에서 나온다. 무역업 중소기업인 ‘정승 네트워크’에 취업한 29세 사회초년생 조충범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첫 사회생활에서 겪는 모습을 담았다. 청년들의 애잔한 취업난부터 취업 후에도 펼쳐지는 난관이 주요 소재다. 일부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추니 자연스레 문제적 노동환경에 대한 고발도 따라온다.

주요기사
대기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주인공은 대뜸 “당장 면접 보러올 수 있냐”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달려간다. 면접 자리서 사장은 자기 자랑 일색의 ‘돈 주고도 못 듣는 성공신화’를 늘어놓더니 대뜸 “노래 한 번 해보라”고 주문한다. 거래처 접대 시 노래 부를 일도 잦은 데다, 노래는 곧 사람의 추진력을 볼 수 있는 덕목이라는 게 사장의 주장이다. 마지못해 노래를 기가 막히게 뽑은 조충범은 그 자리서 합격.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얼떨결에 일을 시작한 조충범은 잡일과 갑질에 시달리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 돌아온다. 일은 잘하지만 인성이 나쁜 차장, 무능력한 과장, 회사에 관심없는 대리, 사장의 조카이자 회사에서 게임만 하는 이사가 그의 동료들이다. 회사 복지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컵라면, 믹스커피가 전부. 신입 직원이 쓸 컴퓨터도 따로 없다. 시즌3에서는 정승 네트워크가 신사업을 구상하는 내용과 회사를 박차고 나간 차장이 경쟁 업체를 차려 회사와 갈등하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사무실을 빼다 박은 듯한 세트에서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중소기업 그 자체’라는 게 시청자들의 증언이다. 유튜버 ‘이과장’과 ‘곽튜브’ 등이 중소기업에서 겪은 일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한 게 주효했다. 때문에 댓글창에는 PTSD를 호소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디자인 회사 첫 출근날, 귀가 후 좋좋소 보고 울었다”거나 “4대 보험 가입은 먼 나라 얘기다” “퇴근 10분 전 회의 두 시간은 정말 똑같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약간의 과장은 있어도 거짓은 없다”거나 드라마에 이입해 “진짜 나쁜 놈은 인성 나쁜 차장보다 무능력한 사장이다”는 비판도 볼 수 있다.

○뉴페이스들의 등장 “실제 회사원인가요?”

웹드라마 '좋좋소' 포스터 및 캡처.
대중에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의 등장은 현실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주인공 조충범 역은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던 연극배우 남현우가 맡았다. 강성훈(정필돈 사장) 김경민(백진상 차장) 김태영(이미나 대리) 진아진(이예영 사원) 등도 공연·방송·영화 등에서 조연, 단역으로 활약한 배우들이다. 다들 연기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문식(이 과장)은 중소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현재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며, 조정우(정 이사)는 싱어송라이터 출신이다. 낯선 인물의 실감 나는 연기에 “누가 진짜 배우고, 진짜 직원인지 알려달라”고 묻거나 “실제 회사에서 직원들이 재미로 찍은 콘텐츠냐”고 묻는 댓글도 있었다.

드라마의 총감독도 새롭다. 여행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을 운영하는 박재한이 연출을 맡았다. 여행 콘텐츠로 구독자 65만 명을 보유한 그에게 드라마 첫 도전이었다. 팬데믹으로 주력 콘텐츠인 여행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생기자 재미삼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직접 대본을 쓰고 동료들과 제작비도 모았다. 그도 중소기업 재직 경험이 있다. 업무 시작 전 음악에 맞춰 단체로 체조를 하는 장면은 박 감독이 직접 겪은 일화다.

○기승전결 No, 시간 구애 No
웹드라마 \'좋좋소\' 포스터 및 캡처.
극은 철저히 유튜브 문법을 따랐다. 쉽게 말해 기승전결이 없다. 이전 화에서 펼쳐진 줄거리를 잘 모르더라도 다음 화 감상에 큰 무리가 없다. 각 에피소드마다 개별적인 사건 혹은 중소기업의 특징적 문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조회수(202만 회)를 기록한 ‘좋소기업 엘리트’ 편에선 중소기업의 회식문화가 나온다. 다음 화에서는 야근문화나 업무 인수인계 과정이 그려지는 식이다.

시즌 1~3에서 공개된 에피소드 20개의 길이는 전부 10분 내외다. 숏폼 트렌드를 따랐다. 가장 짧은 4화의 경우 고작 7분 40초다. 더 관심이 있는 이들은 OTT 등에서 확장판을 별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출퇴근길에 좋좋소를 시청한다는 직장인 강현구 씨(34)는 “에피소드 순서를 굳이 따지지 않고 출퇴근 시간에 짧고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며 “기존 오피스물에 임시완이나 수지 등이 등장하는 것부터 비현실적이다. 좋좋소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작품”이라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