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위안부 논문’ 진실성 결여… ‘하버드’ 브랜드 악용한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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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史 연구권위자 더든 교수
위안부 국제학술회의서 날선 비판
“하버드대 해고 여부 지켜볼 것”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가 14일 동북아역사재단의 온라인 학술회의에 참석해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은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안 돼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온라인 학술회의 캡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가 14일 동북아역사재단의 온라인 학술회의에 참석해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은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안 돼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온라인 학술회의 캡처
“개인적인 의견을 학문적 시도로 둔갑시켰다. 진실성이 결여된 논문이다.”

14일 동아시아 역사 연구 권위자인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논문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날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부정론 비판’ 온라인 국제학술회의에서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 12월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더든 교수는 이 논문이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일본인 혹은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것처럼 서술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 간의 갈등으로 편협하게 표현한 건 오류”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일본군이 위안소를 운영했다고 인정한 사실이 논문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는 “일본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위안소 운영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왔다. 실제로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위안소 운영 같은 대규모의 전쟁범죄를 벌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 이른바 거품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극우단체인 일본회의가 설립되는 등 일본의 역사 부정주의가 고개를 들었다고 분석했다.

더든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하버드대에 램지어 교수의 해고를 요구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가 이토록 허술한 논문을 발표한 건 ‘하버드’ 브랜드를 악용한 것”이라며 “하버드대의 최종 결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첼시 샌디 쉬이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램지어 논문 전문을 분석해 짚은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쉬이더 교수는 램지어 논문 발표 직후 이에 대한 반박문을 발표한 일본사 연구자 5명 중 한 명이다.

그는 “해당 논문이 근거를 두고 있는 1, 2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램지어 교수가 이를 오독하거나 부적절하게 인용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 일본인 위안부로 인용한 여성은 일본군 위안소가 아닌 사창가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논문에 적힌 한국인 위안부 문옥주 사례는 정식 연구기관이 아닌 개인 블로그에서 가져온 자료임을 밝혀냈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문옥주가 직접 일본군과 계약을 맺었고 계좌를 운영했다’고 썼지만 이 내용은 해당 블로그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쉬이더 교수는 “논문을 분석한 교수들과 함께 하버드대에 논문을 반드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램지어의 논문은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램지어#위안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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