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상륙한 ‘나바위 성지’에 1845년 라파엘호 복원한다

익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4-12 03:00수정 2021-04-1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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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전주교구, 김대건신부 탄생 200주년 맞아 8월까지 제작-설치
나바위 성지의 ‘치유의 경당’에 대해 설명하는 강승훈 신부. 이 경당에는 김대건 신부와 다블뤼 신부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있다. 익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9일 찾은 전북 익산시 나바위 성지는 봄기운 속에 몇몇 순례객이 성지를 돌아보고 있었다.

천주교전주교구 나바위 성지(주임 강승훈 신부)는 올해 김대건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을 맞아 8월까지 라파엘호를 제작해 성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라파엘호는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가 조선에 입국할 당시 타고 온 배의 이름이다.

교회사에 따르면 그해 8월 31일 김 신부는 제3대 조선대목구장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후에 제5대 조선대목구장), 교우 11명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이 배는 무동력 범선으로 당시 제물포를 향했으나 풍랑으로 28일간 표류 끝에 제주시 용수리에 표착한다. 배 수리 뒤 다시 출발한 라파엘호는 10월 12일 ‘황산포 나바위 화산 언저리’에 닻을 내린다. 그래서 제주 용수성지는 김 신부 일행이 조선에 입국한 첫 장소, 나바위는 조선 본토 중 첫 착지처(着地處), 즉 처음 발을 내디딘 곳으로 기록돼 있다.

강승훈 신부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라파엘호는 40여 일에 걸쳐 제주 용수포, 다시 나바위로 들어올 때까지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며 “조선에 신앙의 씨앗을 뿌리려는 김대건 성인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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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 신부와 함께 둘러본 나바위 성지 주변은 1925년 대규모 간척 사업이 진행돼 금강 물줄기가 들어왔다는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 유학자 송시열은 너럭바위가 많은 경관에 감탄해 이곳을 화산(華山)으로 불렀는데, 성지 뒤편에 그 글자를 새긴 바위가 있다.

나바위 성지에서는 길이 14.6m, 높이 2.1m, 너비 4.8m 규모의 라파엘호를 제작 중이다. 제주 용수성지에서 고증·복원한 라파엘호와 전주교구가 제공한 자료, 전통 선박 전문가의 조언, 익산시의 지원을 받았다. 이 배는 김대건 신부 탄생일인 8월 21일까지 제작을 마친 뒤 성지 내에 마련된 착지처에 설치될 예정이다.

복원 중인 라파엘호의 도면. 나바위 성지 제공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분의 삶과 영성을 어떻게 의미 있게 전할까 의논하면서 라파엘호 복원이 추진됐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시절이 됐다. 성인이 이곳에 첫발을 내디뎠듯, 우리 모두 새롭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공간으로 성지를 찾아 영적인 힘과 위로를 받으시길 바란다.”(강 신부)

나바위 성지는 김대건 신부의 행적에 맞춰 행사를 진행한다. 8월 21일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에 이어 착지일인 10월 12일 3.5km에 이르는 행렬 재연과 미사가 이어진다.

이 성지는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순례객과 관광객 11만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1907년 완공된 성지 내 본당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고, 내부에는 전통 관습에 따라 남녀석을 구분하던 칸막이 기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김대건 신부와 다블뤼 주교의 유해 일부가 안치된 ‘치유의 경당’도 있다. 익산시 주변에는 나바위 성지뿐 아니라 인근 미륵사지를 잇는 종교 순례 코스가 여럿 조성돼 있다.

강 신부는 “젊은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준다”며 “모든 분들이 첫 마음과 다짐, 꿈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익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김대건 신부#나바위 성지#라파엘호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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