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난감’ 2000년대 감성 먹힐까…드라마 ‘궁’, 15년만에 리메이크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4-01 15:11수정 2021-04-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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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드라마 캡처


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들이 있다. 2006년 MBC에서 방영한 ‘궁’은 그 대표주자다. 2006년 방영된 드라마 ‘궁’이 리메이크 된다. 궁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상 하에 평범한 신분의 여고생 채경이 왕위 계승권자인 세자 이신과 정략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궁은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27%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였다. 2000년대 인터넷소설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여전히 많은 팬층을 갖고 있다.

최근 이 드라마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5일 만화전문기획사 재담미디어는 드라마제작사 그룹에이트와 만화 ‘궁’의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룹에이트는 당시 드라마제작사인 에이트픽스에서 파생된 제작사다. 15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될 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30일 만난 드라마 제작사인 그룹에이트의 김영배 콘텐츠제작본부장(41)은 리메이크 이유에 대해 “좋은 이야기의 가치는 잊히지 않는다. 한 세대를 풍미한 만큼 다음 세대 배우들이 연기하는 궁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건 올해 초. 제작진은 리메이크 후보로 ‘꽃보다 남자’(2009년)와 궁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는 “꽃보다 남자는 브랜드파워가 셌지만 수동적인 캐릭터, 학교 폭력 등 상대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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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드라마 캡처


그러나 리메이크에는 항상 부담이 따르는 법. 2000년대 감성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2020년대의 궁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었다. ‘요즘도 먹힐 것인가’는 제작진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는 “원작의 매력을 지키면서도 재미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유행어다. 당시에도 ‘대략난감’과 같은 2000년대 유행어가 극의 묘미였다. 그는 “발랄한 채경, 까칠한 신의 정서를 트렌디하게 살려갈 아이디어를 많이 가진 2030 신인 작가를 위주로 물색 중”이라고 했다. 4월 중으로 작가 섭외를 마치고 내년 여름쯤 촬영해 16~20부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건은 배우다. 제작이 결정되기 전부터 드라마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가상 캐스팅을 올렸다. 2006년에는 주지훈, 윤은혜 등 주연 배우들이 모두 신인이었다. 제작진들은 2021년판 궁의 주인공은 신인, 스타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가상캐스팅을 가장 눈 여겨 보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이 정확하다.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 중 시청자들의 기대치에서 어긋나지 않는 배우들로 캐스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대상을 반영해 대사와 설정은 일부 수정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일례로 미술과 의상을 좋아하는 채경이 궁에 들어가 전통 복색을 연구해 세계에 알리는 등 성장 스토리와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재연재 중인 만화 궁도 왕실을 황실로 바꾸는 등 대사가 일부 수정되고 있다.




드라마 궁의 가치를 높였던 소품도 세심하게 살피는 중이다. 당시 고가의 세트장과 전통 소품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었다. 민언옥 미술감독은 이 작품으로 최초의 드라마 전문 국제 시상식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최우수 미술감독상을 수상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연출을 맡았던 황인뢰 감독님이 자사 이사로 있으신 만큼 한국 전통의 색과 미장셴을 충분히 살릴 예정”이라며 “영화계 스태프를 많이 데려와 블록버스터라 평 받던 ‘더 킹 : 영원의 군주’(2020년)급 연출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이 심해지는 만큼 철저한 고증으로 고품격 드라마라 호평 받았던 ‘사임당-빛의 일기’의 자문단에게 고견을 물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전작 때 사용했던 약혼지 등 주요 소품을 찾아 이번 작품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넣을 테니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팬들이 가장 고대했던 OST에 대해서는 “감독의 결정사안이겠지만 최대한 당시 작업자들을 섭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울제이 ‘사랑인가요’, 두 번째 달 ‘얼음연못’ 등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해 ‘궁은 OST가 연기하는 드라마’라고 평가 받기도 했다.

2006년 안방에서 본방사수하고 궁 굿즈를 사모았던 10대들은 이제 20대 후반, 30대가 됐다. 제작진은 단순히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는 아닐 것으로 봤다. “지금 10대에게는 재밌는 스토리를, 2030에게는 추억을, 그 이상의 세대에게는 궁내의 암투와 가족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했다. 이어 “15년이라는 짧은 텀으로 리메이크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 스타터로서 책임감이 있다”며 “OTT를 통한 수출도 염두에 두는 만큼 ‘다시 했는데도 재밌다’는 반응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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