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온라인 종일권, 인디 무대 살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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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무너지는 공연 문화
변호사와 로커가 의기투합해
67개팀 서울 마포 일대 공연 기획
8일부터 일주일간 릴레이 무대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윤종수 변호사(왼쪽)가 로커 이성수 씨를 위해 휴대전화 불빛으로 무대를 상징하는 사각형을 그려 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윤종수 변호사(왼쪽)가 로커 이성수 씨를 위해 휴대전화 불빛으로 무대를 상징하는 사각형을 그려 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식당이나 커피숍이 문 닫은 자리에는 식당이나 커피숍이 또 들어설 수 있지만 공연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다시 공연장이 들어서기 어렵습니다.”(이성수)

“한번 사라지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죠.”(윤종수)

풍전등화의 무대를 지키기 위해 로커와 변호사가 힘을 합쳤다. 밴드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 씨, ‘사단법인 코드’의 이사장인 윤종수 변호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8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음악 축제이자 캠페인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를 함께 기획했다. 67개 팀이 서울 마포구 일대 5개 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이정선 DJ DOC 다이나믹듀오 가리온 크라잉넛 잔나비 카더가든 등 면면이 다양하다.

“영화 ‘미나리’나 ‘기생충’, 그룹 방탄소년단도 한두 명의 천재가 만든 게 아니라 한국의 문화 기반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고사 직전에 놓인 인디 공연장의 실정은 일반 소상공인 문제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윤종수)

로커와 변호사, 언뜻 상상하기 힘든 둘의 인연은 5년 전 지인의 생일잔치에서 만들어졌다. 하드록 팬이던 윤 변호사가 진작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흠모하고 있었다. 브이홀, 무브홀 등 인디 공연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가슴 한편이 내려앉았다.

“하루는 제가 롤링홀 대표를 만나 사정을 들은 뒤 답답한 맘에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어요. 미국에서는 ‘#saveourstages’ 캠페인이 주목을 받으며 결국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1조6000억 원가량의 긴급 구호자금이 공연장들만을 위해 편성된 예가 있죠.”(이성수)

이 글을 본 윤 변호사가 “당장 뭐라도 해보자”고 이 씨에게 연락했다. 섭외 시작 한 달 만에 67개 팀이 뜻을 모았다. 이 씨는 “세어 보니 예년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보다 출연진이 많더라”고 말했다.

한번 불붙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운동은 삽시간에 퍼졌다. 여러 음악가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유하고,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는 플래시몹도 열었다. 이 씨는 “클럽하우스 내 플래시몹은 우리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2005년부터 저작권 공유 운동에 앞장선 윤 변호사는 이번 행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지출 내역 등 일체의 공연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한 것.

“투명성 문제 때문에 지자체나 기업이 그간 음악계에 투자나 후원을 주저해 온 면도 있다고 봅니다. 신뢰 회복의 계기도 됐으면 합니다.”(윤종수)

두 사람은 이번 캠페인에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모이면 향후 국회나 정부도 설득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만 공연장이 아닙니다. 인디 공연장은 수십 년간 지켜온 예술가와 전문가의 요람입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다시 살리려 하면 10년, 20년, 30년이 걸릴지도 모르죠.”(이성수)

이번 공연은 생중계 플랫폼 ‘프리젠티드 라이브’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1일권 1만 원, 5일권 5만 원)는 대관료, 인건비,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전액 사용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인디#무대#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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