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목욕의 신’, 中 영화 ‘목욕의 왕’?…문와쳐 “불법 제작 소송”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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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권 작가의 인기 웹툰 ‘목욕의 신’이 불법 제작 논란에 휘말려 소송을 벌이게 됐다.

11일 콘텐츠 그룹 문화쳐에 따르면 ‘목욕의 신’은 한중합작 영화와 드라마로 지난 5년 동안 제작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그런데 영화 연출을 맡은 이샤오싱 감독이 중국 현지화 작업 과정에서 본인의 저작물로 등록하고 직접 제작을 진행하려 해 문제가 시작됐다.

문와쳐는 2018년 봄부터 중국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완다와 함께 ‘목욕의 신’ 영화에 공동 투자 제작하기로 논의해왔다. 이샤오싱 감독은 그해 7월 연출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완다의 회사 사정으로 최종 투자 제작 계약이 어그러졌다.

이샤오싱 감독은 새로 각색한 시나리오의 제목이 ‘목욕의 신’이 아닌 ‘목욕의 왕’으로 바뀌었고 내용도 원작에서 상당 부분 수정됐기 때문에 다른 작품으로 봐야 한다며 본인의 저작물로 등록해버렸다.

문와쳐 입장에서는 사실상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작품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된 셈이다.

문화쳐는 “저작권 문제 해결과 작품의 본래 기획, 제작자로서의 지위를 찾기 위해 완다의 투자 책임자와 이샤오싱 감독에게 여러 차례 문제 제기와 해결을 요구했다. 올해 4월 뒤늦게나마 완다와 이샤오싱 감독이 저작권 문제 해결에 동의하고 합의안을 제안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합의안을 준비하던 중 이샤오싱 감독이 이미 2019년 말 몰래 영화 촬영을 시작했고 현재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와쳐 측은 완다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완다는 자신들의 회사는 ‘목욕의 왕’과 관련 없다며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샤오싱 감독 측은 변호사를 통해 본인들의 저작권은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샤오싱 감독과 문와쳐의 직접적인 대화를 차단해놓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샤오싱 감독과 관련자들은 이날 현지에서 ‘목욕의 왕’ 개봉을 강행했다.

문와쳐는 이샤오싱 감독과 완다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 저작권 위반 등 문제제기와 소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중 문화 산업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와쳐 윤창업 대표는 “2015년 10월 양미, 루한 주연의 한중합작영화 ‘나는 증인이다’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제작해 개봉시키고 다음으로 준비한 영화가 ‘목욕의 신’이었다. 원작이 워낙 재미있고 훌륭해 중국 영화사들의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오랜 기간 관심을 보인 완다와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완다 추천으로 이샤오싱 감독을 만났다. 감독도 웹툰을 너무 좋아하고 자신이 연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 좋은 영화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 기억들과 초심들이 지금 이렇게 엉망이 된 것에 참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다. 특히 ‘목욕의 신’ 원작자인 하일권 작가와 원작을 사랑하는 한국과 중국의 많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도 참으로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원작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일부 네티즌과 언론들에 의해 특정 중국회사와 이샤오싱 감독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체 문화 산업의 문제로 매도해 한중 문화업계의 불신 풍토를 조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 영화업계와 영화인들이 저보다 더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면서 응원해 주고 있다. 중국 정부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사필귀정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느 나라의 영화인 그리고 문화업계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은 창작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이샤오싱 감독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은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면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목욕의 왕’ 제작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노력들은 헛되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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