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사는 삶이란?… 그 질문이 영화의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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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 흑인 주연 영화 ‘소울’ 만든 피트 닥터 감독

12월
 25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가운데)가 뉴욕의 거리를 걷고 있다. 
제작진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조의 현실세계 뉴욕과, 그가 맨홀에 빠지면서 다다르게 되는 추상의 세계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 간의 극명한 대비에 중점을 뒀다. 디즈니·픽사 제공
12월 25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가운데)가 뉴욕의 거리를 걷고 있다. 제작진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조의 현실세계 뉴욕과, 그가 맨홀에 빠지면서 다다르게 되는 추상의 세계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 간의 극명한 대비에 중점을 뒀다. 디즈니·픽사 제공
“‘소울(Soul)’의 제작은 ‘치료’를 받는 과정이었다.”

디즈니·픽사가 12월 25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인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을 만든 피트 닥터 감독(52)은 6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5년에 걸친 소울의 제작 과정을 ‘치료(Therapy)’에 비유했다. 그는 ‘몬스터 주식회사’,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업’, ‘인사이드 아웃’ 등을 제작했다.

1990년 픽사 애니메이터로 입사한 뒤 올해 1월 디즈니·픽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 자리에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작업해 온 그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찾아왔다.

“‘영화만 완성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평생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만들 때도 그랬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건 뭔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도 각기 다른 성격을 갖는 건 왜인지를 고민한 것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제게 치료를 받는 것과도 같았어요.”

‘소울’을 제작한 피트 닥터 감독은 ‘업’과 ‘인사이드 아웃’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디즈니·픽사 제공
‘소울’을 제작한 피트 닥터 감독은 ‘업’과 ‘인사이드 아웃’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디즈니·픽사 제공
닥터 감독이 2015년부터 5년에 걸쳐 제작한 소울은 미국 뉴욕 최고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게 된 중학교 음악선생님 ‘조 가드너’가 맨홀에 빠지면서 영혼이 지구로 오기 전 단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에 이르고, 이곳에서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이야기다. 디즈니·픽사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제이미 폭스가 조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조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흑인이다. 조의 어머니부터 조의 단골 미용실 직원, 재즈클럽의 뮤지션들까지. 그는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재즈가 흑인 음악이라 흑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울 팀은 영화 속 캐릭터에 흑인들의 체형, 머리 스타일, 피부 등의 특성을 제대로 녹이기 위해 회사 내 흑인 직원들, 뉴욕 퀸스 공립학교의 흑인 선생님, 맨해튼 재즈클럽의 흑인 음악가 등을 만났다. 조는 마른 몸에 큰 키, 긴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흑인으로 탄생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은 늘 작고 귀여운 이미지였어요. 제 키가 거의 6.4피트(약 195cm)예요. 키가 큰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 가드너의 모습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하하.”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한 인사이드 아웃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울까지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영화를 제작해 온 닥터 감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내면의 믿음에 기반해 캐릭터의 행동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조는 왜 재즈를 그토록 원할까? 그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조는 불행한 걸까? 여러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이 캐릭터에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관객 역시 소울을 본 뒤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영화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소울#피트 닥터#디즈니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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