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해하려 애써야만 보이는, 정진영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

뉴스1 입력 2020-06-14 07:06수정 2020-06-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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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시간’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은 여러모로 당황스럽다. 첫째, 영화의 장르가 포스터에 담긴 미스터리 스릴러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결이라는 점 때문이다. 둘째, 기존 영화 문법을 탈피, 주제의식을 강하게 담은 영화라는 점어서다. ‘사라진 시간’이 모든 예상을 비껴가는 지점들은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평가도 갈릴 듯하다.

‘사라진 시간’은 비밀을 지닌 외지인 교사 부부 수혁(배수빈 분)과 이영(차수연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혁은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로, 아내 이영의 비밀을 주위에 감춘 채 소소한 전원생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러디 제자의 아버지인 해균(정해균 분)이 우연히 이영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비밀로 인해 이들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든다.

이후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마을에 등장한다. 수혁 이영 해균이 사는 마을의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찾아온 것. 형구는 수사 과정에서 화재가 일어난 집에서 깨어나게 되고, 마을 주민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기이한 일을 맞이하게 된다. 대체 형구는 왜 이런 기이한 일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그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이 줄거리를 빌려 타인이 규정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형구는 자신이 선생이 아닌 형사라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자신을 선생이라 부른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 ‘타인이 규정하는 나’가 충돌하는 지점을 그리고자 한 의도였다. 형구는 타인이 생각하는 나를 부정한 채 본래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되돌리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영화의 후반부는 그렇게 발버둥치는 형구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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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어하는 주제의식은 정진영 감독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볼 경우, 호러 코미디 멜로 형사물 판타지를 오가는 혼잡된 장르와 더불어 매끄럽지 못한 전개에 내내 의문을 갖게 된다. 영화의 주제의식과 수혁 이영 부부 그리고 형구의 스토리라인이 긴밀하게 밀착되거나 조응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연결돼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어쩌다 수혁 이현 부부가 불행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형구에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전혀 풀어주지 않고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만 치중한다. 논리적인 사고로 영화를 관람하기 보다, 다른 접근 방식으로 영화에 닿아야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직관적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애써 이해해야 영화의 가치가 보이는 작품인 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와 상업적인 재미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장르와 연출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고무적인 시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정진영 감독의 영상언어가 반드시 어떤 친절한 설명을 거쳐야만 관객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연출 방식은 시도만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긴 어려울 수도 있다. 주제의식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고심한 흔적들과 달리 아쉬운 결과물이다. 다만 감독의 용기있는 선택은 지지하고 싶어진다. 오는 18일 개봉.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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