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시간 걸리는 거리 5년간 오가며 낡은 집 수리하고 정원 새로 단장
佛-美 잡지서 그의 삶 소개하기도


프랑스 고성(古城)을 사들여 수리해 나만의 살림집으로 꾸미고, 8260m²(약 2500평)의 농토와 정원을 가꾸며 사는 부부가 있다.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청출판) 저자인 허은정 씨(줄리 허·54) 부부가 그 주인공.
허 씨는 26세에 호주로 유학을 가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업 컨설팅 일을 해온 한국인 여성. 호주인 남편과 결혼해서 살아온 그는 10년 전부터 은퇴 뒤 유럽 시골로 귀농이라는 ‘버킷리스트’를 꿈꾸며 준비해 왔다. 허 씨는 프랑스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귀족이 살았음 직한 웅장한 샤토(고성)를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실제로 호주 신문에는 ‘시드니의 작은 아파트 값이면 프랑스의 고성을 살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고 한다.

허 씨는 편의시설은 현대적으로 바꿔도 타일과 마룻바닥, 문고리, 욕조까지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되살린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고택을 보수해서 쓰는 것이 유행인데, 껍데기만 한옥이지 내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도록 해놓은 것을 보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의 되살려낸 고성에서의 삶은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의 인테리어 잡지와 인스타그램으로 소개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를 다룬 미국 잡지의 제목은 ‘Courage to Fly Home’이었다. 시드니에서 23시간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와서 집수리를 하는 그의 삶을 담은 기사였다. 허 씨는 수리 도중에는 벽지를 벗겨내고 뼈대만 남은 폐허 같은 고성에서 홀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집이 우리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