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언더그라운드’ 前멤버 존 케일 “상상초월 즉흥연주-드론 사운드로 파격무대 선뵐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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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참가
탈퇴후 솔로-음반 프로듀서 활약 “요즘엔 힙합이 좋더군요”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영국 출신 음악가 존 케일은“존 케이지 , 백남준, 선불교는 클래식 학도이던 나의 예술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고 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영국 출신 음악가 존 케일은“존 케이지 , 백남준, 선불교는 클래식 학도이던 나의 예술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고 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케일은 밴드‘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데뷔앨범 에서 전위음악과 록을 결합 했다.
케일은 밴드‘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데뷔앨범 에서 전위음악과 록을 결합 했다.
미국의 전설적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창립 멤버 존 케일(77)을 서울 마포구에서 5일 만났다. 케일은 7∼9일 강원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출연을 위해 처음 방한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의 해소야말로 문화의 대단한 힘”이라며 “여러 나라 예술가가 다양한 언어로 평화를 노래하면 추상적인 평화의 의미가 분명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비틀스와 함께 대중음악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밴드로 꼽힌다.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이 만든 ‘바나나 표지’ 앨범으로도 유명하다. 케일과 루 리드(1942∼2013) 등 미래적 음악가들이 미국 뉴욕에서 만든 팀. 전위적 현대음악과 록을 결합해 전대미문의 소리 풍경을 만들었다. 영국 출신의 클래식 학도 케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희대의 실험이었다. 에런 코플런드, 존 케이지, 테리 라일리 등 현대음악 거장들과 일찍이 교류한 케일은 최면적 지속음인 드론(drone) 효과를 로큰롤에 도입했다. 케일은 당시를 돌아보며 “남준 팩(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을 먼저 외쳤다.

“백남준과 ‘플럭서스’ 그룹의 선구적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저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실험도 없었을 겁니다. 그들이 주창한 ‘데인저 뮤직(위험한 음악)’ 사조는 시(詩) 동인지에 실릴 정도로 문학적인 파격이었으며 아인슈타인의 물리학 문제 해결만큼이나 진보적이었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디자이너이자 후원자였던 워홀에 대해 케일은 “커다란 백지 하나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는 직관적 혁신가”라고 돌아봤다. 케일, 리드, 워홀. 세 고집스러운 천재의 협력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케일은 “셋 다 시간낭비를 혐오하는 저돌적 성격을 가졌다. 그 덕에 단시간에 놀라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케일은 벨벳 언더그라운드 탈퇴 뒤 솔로 가수 겸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패티 스미스, 이기 팝과 스투지스, 니코의 앨범에 파격적 편곡과 음향설계를 도입해 펑크 록과 뉴웨이브 장르 발흥을 선도했다.

“요즘엔 힙합에 끌려요. 에미넘은 정말 뛰어난 시인입니다. 챈스 더 래퍼와 노네임 같은 젊은 래퍼들이 좋아요.”

이번 방한에서도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과 적극 교류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어로 유명한 철원 월정리역에서 8일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와 ‘Frozen Warnings’(원곡 니코)를 부른다.

“‘얼어붙은 국경’에 관해 노래하는 이 곡만큼 그 장소에 어울리는 노래는 없겠죠.”

페스티벌의 중심인 고석정 특설무대에서는 9일 저녁 인디 음악가 황소윤과 몇 곡을 함께 부를 예정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노래도 한두 곡 할 것입니다. 가사를 유심히 듣지 않는다면 어떤 곡인지 알아채지 못하실 거예요. 상상을 초월하는 즉흥연주와 드론 사운드로 틀을 깨는 무대를 준비 중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존 케일#벨벳 언더그라운드#현대음악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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