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최현배의 사랑과 희망을 새로 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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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사진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광복이 돼서 함흥 감옥에 계셨던 할아버지가 돌아오신다는 소식에 식구들이 잠도 못자고 기다리는데 할아버지가 집에 도착하시자마자 서재로 휑하니 들어가셨대요. 그리곤 한참 만에 나오셔서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셨대요. 감옥에서 가로글씨체에 대해 연구하셨던 걸 잊기 전에 기록하려 하신 거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돼 해방이 될 때까지 옥고를 치렀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의 손녀인 최은미 외솔회 재단이사장의 회고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올해 초 개봉해 28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말모이’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현배 선생은 일제의 국권 침탈 속에서 우리 언어의 말본 체제를 만드는 연구와 강의를 하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검거됐다. 이같은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생을 기리며 기일 3월23일에 맞춰 ‘외솔 최현배의 문학 논술 논문 전집’(채륜)이 발간됐다. 외솔이 1920∼1960년대 신문·잡지 등에 발표한 시조와 시, 수필과 논문을 묶어 4권짜리 전집으로 엮은 것. 지난 2012년 ‘우리말본’과 1925∼26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조선 민족 갱생의 도’ 등 외솔의 학술 저서 28권이 나온 데 이어 7년 만에 완성된 전집이다. 새로 나온 전집은 동아일보와 연세춘추, 현대문학 등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글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사랑, 스승 주시경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글, 세태를 걱정한 글 등이 문화사적으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면회’라는 옥중 시는 막내 아들과의 짧은 면회 장면을 너무 담담하게 적어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감옥에서도 오로지 한글 연구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진 학자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광복 후 외솔은 미군정청 문교부 편수국장, 한글학회 이사장, 연세대 부총장을 지냈다. 최은미 이사장은 “할아버지는 자상하셨지만 우리말 사용엔 무척 엄격하셔서 늘 말법을 다듬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늘 꼿꼿한 자세로 다니셔서 어린 마음에도 대단한 분이었다. 당시 문화와 사상에 대한 풍부한 자료가 될 이번 전집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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