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더위에 지친 여름날… 비벼먹는 장어덮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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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루의 히쓰마부시. 이윤화 씨 제공
함루의 히쓰마부시.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나라마다 ‘Everything is one’의 음식, 원디시 요리가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 말하면 바로 비빔밥과 돈부리(일식 덮밥) 아닐까? 우리 비빔밥이 육회비빔밥, 열무비빔밥 등 종류가 많듯 일본 돈부리도 오야코돈부리, 덴돈 등 아주 다양하다.

둘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차이도 많다. 첫째, 도구가 다르다. 돈부리는 당연히 젓가락을, 비빔밥은 수저를 사용한다. 먹는 방법도 돈부리는 젓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넣어, 밥 위에 얹은 재료들과 밥을 그대로 입안으로 옮겨 중첩된 맛을 즐긴다. 비빔밥은 눈으로 밥 위의 재료를 감상한 뒤, 먹기 직전에 수저로 비벼 그 혼합의 맛을 음미한다.

히쓰마부시라는 나고야식 장어덮밥은 한국의 비빔밥에 가까운 원디시로 보인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비싼 장어요리는 굽든, 밥 위에 얹든 장어의 크기를 작지 않게 썰어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히쓰마부시는 구운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덮은 뒤 조금씩 덜어서 비벼 먹는다. 흰밥 위에 잘게 썬 장어구이가 올라간 ‘히쓰(櫃)’라는 나무 그릇을 작은 주걱으로 십자가를 긋듯 4등분해 차례대로 다른 그릇에 덜어서 맛을 본다. 처음에는 흰밥과 구운 양념장어의 맛 자체를 즐기고, 두 번째는 밥 위에 송송 썬 파, 고추냉이, 김, 생강채 등을 얹어 향미를 가한 뒤 비벼 먹는다. 세 번째는 밥과 장어 위에 다시물을 넣어 비비듯 말아 먹는다. 마지막은 지금까지의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먹으면 된다. 국내 히쓰마부시 전문점에서는 장어덮밥이 아닌 장어비빔밥으로 부른다.

나고야 히쓰마부시의 유래는, 옛날에 장어구이를 하고 남은 자투리 장어를 활용해 밥 위에 얹었다는 설도 있고 양식장어가 본격화되기 전에 작은 크기의 하품(下品) 장어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자잘한 장어를 잘 양념해 밥 위에 활용한 향토음식에서 시작됐음에는 틀림없다. 거기에 순차적 식사 방식으로 재미를 주니 일반 우나기돈(장어덮밥)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돌솥밥의 밥을 덜어 비벼 먹은 뒤 돌솥에 물을 부어 놓았다가 구수한 누룽지로 마무리를 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장어비빔밥 히쓰마부시가 잘 맞는 듯하다.

국내 전문점에 가면 밥을 가르는 주걱도 있고 수저와 젓가락이 놓여 있어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 있다. 보기보다 밥의 양도 많고 장어구이 한 마리가 얹어져 있기에 꽤 든든한 보양식이다. 한국의 복날 삼계탕처럼 일본에서도 여름에 장어 먹는 날이 있다. 그날만은 장어집 예약이 넘치고 장어에 큰돈을 쓰는 것은 우리의 여름 풍경과 꽤나 유사하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함루 서울 마포구 백범로 170, 히쓰마부시(장어 1마리) 3만5000원
○ 마루심 서울 서초구 고무래로10길 10, 히쓰마부시 3만6000원
○ 고옥 부산 수영구 광남로 6, 히쓰마부시 3만2000원
#장어덮밥#히쓰마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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