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시큼한 감칠맛… 먹을수록 매력 빵빵 ‘사워도 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티장베이커스의 통밀50%사워도. 임선영 씨 제공
아티장베이커스의 통밀50%사워도.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5년 전쯤이었을까. 빵을 먹고 뱉어 버린 적이 있다.

시큼털털한 게 흡사 땅에 떨어진 노지 귤을 씹는 느낌이었다. 베테랑 제빵사가 권해준 터라 잔뜩 기대했건만 빵 껍질 뒤에서 뿜어져 나오던 산미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신이 가장 잘 만든 빵은 무엇인가.” 그 후 몇 번의 질문에도 그는 시큼털털한 빵을 내놓았다. 다시 맛보고 또 한 번 먹어 보다 어느새 그 빵의 매력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기에도 투박하고 입에 넣어도 달지 않았으나 몸이 반기는 빵. 바로 ‘사워도 브레드(sourdough bread)’다.

빵 좀 한다는 베이커들은 이상적인 빵으로 사워도 브레드를 꼽는다. 가족을 위해 빵을 굽는 홈 베이커도 그렇다. 신념이 담긴 빵, 사워도 브레드란 무엇인가. 사워도는 직역하면 ‘시큼한 맛이 나는 반죽’을 뜻한다. 밀가루 물 소금이란 재료로 효소 효모 유익균을 만들어 내는 발효의 예술이 있다. 밀에는 효모와 박테리아 포자들이 내재돼 있는데, 밀가루가 수화(水和)되면서 미생물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효모는 당분을 먹고 탄산과 알코올을 배출하며 빵을 부풀리고 젖산균과 초산균은 효모의 부산물을 먹고 번식한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먹이를 공급하고 서로 배양하며 공생관계를 이뤄 나간다.

사워도로 빵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효모로 빵을 잘 부풀려야 할 뿐만 아니라 유익균들을 잘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젖산균과 초산균은 효모보다 100배에서 1000배까지 개체 수가 증가하여 글루텐을 분해하고 효모가 탄산을 내뿜는 작용을 억제한다. 반면 이 복병들은 잘 다스리기만 하면 빵에 강력한 지원군이 된다.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치즈 같은 농후함, 바닐라와 대지의 향이 깔리면서 이슬을 머금은 오렌지의 산미로 빵에 스민다. 부패균이나 곰팡이에 대한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실온에서도 장시간 보관할 수 있고, 수분이 많아 노화도 천천히 진행된다. 이렇게 만든 빵은 소화가 잘되고 더부룩함이 없다.

국내에 사워도를 도입한 아티장베이커스에는 통밀, 호밀, 스펠트밀 사워도가 있어 곡물의 순수한 풍미에 집중할 수 있다. 타르틴베이커리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워도, 컨트리브레드가 있다. 연어와 달걀피클, 버섯구이 등을 빵에 올린 타르틴은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옥수동화덕피자에서는 피자 반죽을 사워도로 한다. 참나무 화덕에 굽기 때문에 400도 이상의 불맛을 입은 사워도를 맛볼 수 있다. 산미가 도는 도에 치즈와 해산물을 감싸 먹으면 쫀득한 식감과 깔끔한 맛에 빠져든다.


●아티장베이커스: 서울 서초구 서래로 26. 통밀 50%사워도 7000원, 스펠트 멀티그레인 사워도 9000원(2분의 1 사이즈·4500원).

●타르틴베이커리서울: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18길 22. 연어그락브릭스타르틴 1만8000원.

●옥수동화덕피자: 서울 성동구 한림말3길 27-1. 사워도마르게리타 1만2000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사워도 빵#아티장베이커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