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B급 매력 뽐내는 이 남자, 가벼워도 밉지 않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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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붐붐파워’ DJ로 돌아온 붐
한때 ‘예능 블루칩’으로 활발한 활동… 휴식 후 DJ로 컴백해 청취자와 만나
두시간 내내 사연-음악으로 채워… “재간둥이 같은 편안함이 내 무기”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DJ 붐. 그는 “올해부터는 새로운 유행어도 만들고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DJ 붐. 그는 “올해부터는 새로운 유행어도 만들고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리수리 마수리 양수리, 우리끼리 코끼리 쉐끼리 붐!”

깃털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단어 하나에도 재치를 담으려는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DJ 붐(본명 이민호·35)의 휴대전화에는 라임과 각운을 활용한 각종 애드립을 적어 놓은 메모가 가득했다. 붐은 “청취자와 함께 단어를 조합하고, 애드립을 하다 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다”고 말했다.

1997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한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붐이 지난달 20일부터 SBS 라디오 ‘붐붐파워(매일 오후 4∼6시)’ DJ로 돌아왔다. 붐의 라디오 스튜디오에선 특유의 ‘가벼움’이 들썩인다. 대놓고 B급을 지향하며 프로그램에 녹여 내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얼마 전 한 어머니가 ‘아들의 성격이 너무 급해 걱정’이라는 사연을 보낸 적이 있다. 아이를 강제로 고치려 하지 말고, 매니저나 119구급대원처럼 성격 급한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을 권유하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주부의 관점으로 공감해주면 오히려 진정성이 없지 않을까. 둥이둥이 재간둥이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게 나만의 무기다.”

붐붐파워의 가장 큰 특징은 유명 연예인 등 게스트가 없다는 점. 오직 청취자의 사연과 DJ 붐이 직접 선곡한 음악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붐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는 토크쇼에 대한 청취자의 관심이 적어졌다”며 “진솔한 사연을 듣고, 같이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공감과 위로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DJ의 역할과 노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붐은 하루 평균 20∼22곡에 달하는 노래 선곡을 직접 한다. 또 생방송으로 진행할 경우 스튜디오를 중계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식을 고수한다. “절대 노래를 ‘튼다’고 표현하지 않고, ‘올린다’고 말한다. 노래의 배경이나 애드립 등을 미리 준비해 라디오 상황극처럼 소개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더 생동감이 생기고, 반응도 뜨겁다.”

붐은 “DJ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팬클럽’도 생기고, 좋은 댓글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새로운 유행어를 제조하는 등 더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버지들이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쓰는 ‘읏쨔’라는 추임새를 자주 쓴다. 독자·청취자분들이 힘든 일이 정말 많다. 저의 라디오가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여러분 다 같이 읏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라디오 붐붐파워#dj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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