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산채비빔밥, 가득한 봄향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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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취나물, 미나리 등 계절별 나물이 올라오는 ‘산채’의 모둠나물. 정신우 씨 제공
시래기, 취나물, 미나리 등 계절별 나물이 올라오는 ‘산채’의 모둠나물. 정신우 씨 제공
우리나라 채소의 역사는 건국신화에도 등장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서부터 고려의 권농정책, 조선시대의 농서들과 문헌에는 다양한 채소 식용법이 등장한다. 조선조 ‘구황본초’에는 산과 들나물을 포함한 851종의 나물이 등장한다. 300여 종이 현재도 먹을 수 있는 것들로 전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밥상은 채소가 반찬이다. 육식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채식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는 건강이다. 참살이, 매크로바이오틱(장수건강식), 사찰음식 등은 모두 채식이 기반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채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식단에만 치우치지 말고 채소 섭취를 포함한 식단의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와 과일만 갈아 먹는다고 디톡스(해독)가 되지 않는다. 경험상 가장 효과적이고 건강한 식사는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소식하고 골고루 먹는 식단을 매일 실천하는 것이다.

채식에 관한 흔한 오해는 채식주의자들이 풀만 먹고 사는 ‘까칠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사실 채식주의자는 완전 채식인 비건(vegan), 우유와 버터까지만 허용하는 락토(lacto), 달걀까지 허용하는 락토 오브,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등이 있다.

한때 진지하게 페스코를 꿈꿀 정도로 해산물과 채소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날 사찰음식 전문점에서 밥을 먹는데 “여기에 고기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나도 모르게 독백을 하고선 채식주의자의 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향이 짙어지는 봄이 되면 나물을 찾아다닌다. 명동백작이라는 애칭의 소설가 이봉구(1916∼1983)는 봄나물 냄새를 ‘해토(解土·땅이 녹아서 풀림) 냄새’라고 했다. 자연의 생기를 돋우는 채소는 그야말로 식욕을 돋우는 음식 중 하나다.

나물은 국으로도 먹지만 생채, 숙채, 볶음, 튀김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밥상에 오른다. 채소를 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맛있는 채식이 더욱 다채로운 미각의 세계를 열어준다.

제철 나물 넣은 보리밥에 고추장, 된장국물을 조금 넣어 비벼 먹는 산채 비빔밥은 배불리 먹어도 부담 없다. 노인들과 환우분들에게는 나물 위주의 발우 비빔밥이 먹고 나서도 몸이 가벼워 좋다.

피부 알레르기나 예민한 장 문제로 먹는 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겐 구운 채소 버터 커리, 현미 야채수프 플레이트가 좋다. 본디 몸에 좋은 음식이란 먹고 난 뒤에 부담이 적고, 소화가 잘되며 오장육부의 기관들이 알아서 잘 돌아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채소가 보약이 된 까닭은 먹은 만큼 몸에 잘 듣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정신우 국내 1호 남성 푸드스타일리스트·일명 잡식남

○ 산채: 서울 관악구 관악로13길 21, 02-888-1643, 산채정식 1만2000원

○ 마지: 서울 서초구 동광로 59, 02-536-5228, 오늘의 마지 8000원

○ 수카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57, 02-334-5919, 구운채소 버터 커리 1만1000원
#채소#삼국유사#채소 식용법#산채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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