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특공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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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제 9단 ● 알파고 9단
4국 8보(98∼114)

졸지에 상변 백 대마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백 98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흑 99로 찌르고 101로 빳빳이 서자 백 대마는 자체도생이 어렵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 끝? 하지만 커제 9단에게도 노림수가 있었다. 상변 백 대마를 이용해 형세를 뒤집으려는 것. 백 102를 선수하고 백 104로 하변에서 전선을 확대시켰다. 중앙 흑 돌이 탈출할 때 상변 백 대마를 자연스럽게 살리면서 가능하다면 잡혀 있는 하변 백 대마의 숨통도 틔워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참고도처럼 흑 1로 붙여 탈출하면 백의 함정에 그대로 빠진다. 백 8까지 위와 아래가 맞보기가 되어 흑이 곤란해지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알파고의 계산은 너무 간명했다. 흑 105로 상변 백 대마를 확실하게 손에 넣는 대신 중앙 흑을 순순히 버리는 바꿔치기를 들고 나온 것. 커제 9단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 바꿔치기로 혼돈에 빠질 것 같던 국면이 쉽게 정리됐다. 하변 백이 중앙 흑까지 잡으며 부활해 얼핏 보면 흑 손해처럼 느껴지지만 상변 백 대마를 잡은 것 역시 적지 않아 형세는 여전히 흑 유리다. 알파고의 균형감각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곳은 좌변. 여기가 백의 유일한 희망이다. 흑 113으로 못질을 할 때 백 114의 특공대가 좌상 귀로 뛰어들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알파고#특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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