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검은 양장본으로 바꿨을 뿐인데… 베스트셀러 진입한 舊刊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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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되살리는’ 출판기법

2009년 출간한 ‘보통의 존재’ 오리지널 에세이집(왼쪽 사진)과 올 1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보통의 존재―블랙 에디션’.
2009년 출간한 ‘보통의 존재’ 오리지널 에세이집(왼쪽 사진)과 올 1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보통의 존재―블랙 에디션’.
가수 이석원의 에세이집 ‘보통의 존재―블랙 에디션’은 올 1월 출간 뒤 줄곧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5월까지 3만5000부 이상 판매가 됐다. 사실 이 책은 신간이 아니다. 2009년 나온 노란 표지의 페이퍼백 책을 올 1월부터 검은 양장으로 바꿔 냈을 뿐이다. 출판사는 목표로 삼은 수량이 다 팔리면 다시 노란 표지의 오리지널 책을 판매할 예정이다. 출판사는 출간 5주년에도 양장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놔 화제가 됐다. 바뀐 표지와 한정판 행사로 책에 대한 관심을 다시 모으는 데 성공한 셈이다.

최근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처럼 출간된 지 꽤 지난 ‘오래된 책’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처럼 특별한 계기로 다시 관심을 받거나 혜민 스님의 옛 책들처럼 신간의 영향을 받아 다시 주목받는 책도 있지만 절묘한 제목이나 마케팅이 돋보이는 책들도 있다.

4년 전 출간된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제목 장사’로 성공한 책이다. 서른 살 즈음 여성 독자들이 꾸준히 선택해 지난 4년간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2년 전 출간돼 역사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은 저자가 유명해지면서 책도 잘 팔리게 된 케이스. 출판사 측은 “책이 팔리려면 저자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는 생각에 TV 프로그램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꾸준히 도왔다”고 전했다.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을 도입한 리메이크 책도 화제가 된다. 지난해 9월 출간된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가 대표 사례. 과거 절판된 에세이집의 글을 다시 모아 꾸린 이 책은 출간 당시 월간 베스트셀러 종합 2위까지 올랐다. 최근 출간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의 ‘문장의 품격’은 2008년 나온 770쪽의 ‘고전산문산책’ 중 대중적인 내용만 300쪽으로 추려내 관심을 받았다.

출간 5주년이나 10주년, ‘100쇄 기념’ 같은 행사도 꺼져 가는 관심을 다시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광고인 박웅현 씨의 ‘여덟단어’(2013년) ‘책은 도끼다’(2011년)는 100쇄를 기념해 양장본 출간과 함께 강연회가 열려 이목을 끌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10년 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일수록 정기적으로 개정판을 내며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미학오디세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을 낸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트렌드가 빨리 변하면서 개정판을 내는 속도도 빨라졌다. 개정판은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강력한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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