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아닌 동료 음악가로 한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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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문지영-지휘자 김대진… 21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첫 협연

피아니스트 문지영(왼쪽)과 스승인 김대진 교수가 4일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문지영은 “교수님은 ‘항상 순수하게 음악만 생각하는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도 음악만 생각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피아니스트 문지영(왼쪽)과 스승인 김대진 교수가 4일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문지영은 “교수님은 ‘항상 순수하게 음악만 생각하는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도 음악만 생각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진짜 피아노를 그만두려 했어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55·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는 4년 전을 회상하며 “아찔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교수의 제자인 문지영(21)은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문지영의 성과보다는 불우한 가정환경이 더욱 부각됐다. 김 교수는 “친구들도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정환경을 알게 된 거죠. 지영이가 충격받고 피아노를 안 하겠다고 했어요. 전 ‘너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몇 달간 설득했죠.”

만약 김 교수의 설득이 없었다면 지난해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문지영은 지금 없었을지도 모른다. 4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에서 만난 문지영은 “교수님을 만난 것이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고 웃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의 피아노 반주를 보고 반해 그 길로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아홉 살 생일에야 낡은 중고 피아노를 선물받고 집에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었다. 열한 살 때 선화예중 수석 입학 기회를 얻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다.

검정고시를 보며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던 그는 김 교수와 두 번의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2008년 영재캠프에서 처음 김 교수를 만나 짧게나마 레슨을 받았다. 지방에 사는 그가 누리기 힘든 기회였다. 1년 뒤 한국메세나협회에서 주최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트드림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특전으로 김 교수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인연이라면 인연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여수에 사는 제가 어떻게 평소에 존경하던 분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었겠어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는 사실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두 달 동안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처음에는 지영이가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힘든 환경이었던 것이 영향이 컸죠. 그 대신 지영이는 피아노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보여줬어요.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할 이야기가 많은 아이구나’라고 느껴졌죠.”(김대진)

“교수님은 저의 단점을 보완해주려 애쓰셨어요. 제가 당시에는 소심하고 음악도 잔잔하기만 했거든요. 저만의 침체된 소심한 분위기를 수면 위로 띄우려고 노력하셨어요. 정말 딸처럼 대해 주셨어요.”(문지영)

그는 21일 전남 여수시 여수문화예술공원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과 협연을 한다. 스승과 제자에서 동료 음악가로 나서는 무대인 셈이다.

“저를 가장 많이 아는 교수님과의 협연이라 편하기도 하겠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어요.”(문지영)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측면이죠. 다만 궁금해요. 제가 몰랐던 어떤 다른 면을 보여줄지.”(김대진)

사실 문지영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선 쇼팽 콩쿠르 본선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부소니 콩쿠르 우승으로 출전을 접었다. 조성진의 우승에 아쉬울 법도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그의 순수함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쉽지 않냐’고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지영이는 ‘너무 좋아서 엄마랑 울었어요’라고 했어요. 천성이 그런 아이예요.”

:: 김대진 교수가 말하는 제자들 ::
김선욱- 관심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아 어떻게 피아노 앞에 앉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
손열음- 순간의 즉흥성이 정말 뛰어나. 연주 때마다 계속 ‘왜’에 대해 캐묻고 따져.
문지영- 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스타일. 연주 실력이 드러나는 데도 시간이 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문지영#김대진#여수 예울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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