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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남도&여수]물 고운 麗水, 밤바다 그 살가운 야경이 나를 부른다

입력 2016-04-04 03:00업데이트 2016-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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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돌산대교 입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여수 옛 항구의 봄 야경은 불빛 아지랑이가 몰랑몰랑 솟아오르듯 몽롱하다. 여수여객터미널, 이순신 광장, 종포해양공원 너머 멀리 돌산2대교인 거북선대교의 불빛이 밤바다를 비추는 것이 이채롭다. 여수시 제공
남녘의 끝자락 전남 여수 바다에 봄이 새록새록 찾아왔다. 나비 모양의 해안선 879km를 따라 동백꽃이 고개를 숙이자 이내 진달래꽃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봄기운이 완연하면서 ‘남해의 나폴리’ 여수의 해안과 바다에 생명력이 넘친다.

매혹적인 밤바다에 이끌려 최근 5년 동안 한 해 평균 1123만 명이 여수를 찾았다. 여수 밤바다의 백미는 가로등과 형형색색 조명이 바닷물에 반사돼 불빛 안개가 퍼지는 구도심과 옛 항구를 따라 걷는 것이다. 여수 사람들이 ‘쫑포’, ‘소포’라고 부르는 종포해양공원은 여수 밤바다의 대명사가 됐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종포의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낭만과 추억의 ‘종포해양공원’


‘물이 곱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여수(麗水)는 밤바다를 걷기에 좋다. 여수 하늘은 1년 365일 가운데 122일이 푸르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다. 겨울철 눈이 쌓이는 것은 3∼4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 보석 같은 섬 365개가 흩어져 있는 청정바다의 수온은 20∼22도를 유지한다.

여수의 대표적 밤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종포해양공원은 동문동 하멜등대에서 중앙동 이순신 광장까지 1.3km 거리다. 공원 앞바다는 수심 15m, 폭 400m 작은 바닷물길이 흘러 조류가 거세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를 볼 수 있다.

맞은편 돌산공원, 오른편 돌산대교와 장군도, 왼편 돌산2대교(거북선대교)와 해상케이블카에서 발산하는 빛이 알록달록하다. 바다는 유람선의 화려한 조명으로 얼룩진다. 조명 빛에 취해 몽롱해진 마음은 이내 상쾌한 바닷바람에 깬다.
전남 여수 돌산대교 입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여수 옛 항구에 있는 종포해양공원 전경.

가로등 불빛 아래는 사시사철 학꽁치, 노래미 등 잡어를 잡는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포구는 먼바다로 조업을 나가는 어선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종포해양공원 바닷가는 항구의 추억과 청춘의 낭만이 어우러진다. 공원 바로 뒤편에는 세련미가 넘치는 커피숍과 횟집, 음식점이 즐비하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김모 씨(21)는 1일 “푸른 밤바다에 아름다운 조명이 마치 외국 항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종포해양공원에서 여수 구도심에 이르는 2km 구간에서 이달 15일부터 10월 9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후 7∼9시 낭만버스커 여수밤바다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국내 길거리 공연 가운데 공연 기간이 가장 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기 가수와 신인 가수들이 나서 여수 구도심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버스킹 공연에 맞춰 봄바람이 부는 종포해양공원을 거닐다 보면 밴드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노래 ‘여수 밤바다’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김병완 여수시 문화예술과장은 “낭만 버스커 여수밤바다를 고유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했다”고 말했다.

종포해양공원 인도 200m 구간에서는 5월부터 낭만 포장마차거리가 운영된다. 여수시가 마련한 낭만 포장마차 17곳은 밤바다를 보며 추억을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낭만 포장마차에서는 여수에서 생산되는 제철 해산물 등을 3000원에서 2만5000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손영숙 여수시 중앙동 주민자치위원장(67)은 “구도심 5개 동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역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외지 손님들을 맞아 친절 서비스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멋과 맛이 깃든 구도심

종포해양공원 시작점에 있는 10m 높이의 빨간 하멜등대는 이순신 장군이 1592년 거북선을 진수했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하멜등대 인근에 지어진 돌산2대교 밑 바다 밑에 ‘오동도 방향에서 진입하는 왜군을 물리치기 위한 쇠사슬을 설치했다’고 기록돼 있다. 바다 건너편 돌산대교 밑 장군도는 이순신 장군이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수중 석성을 쌓았던 곳이다. 장군도와 돌산도 사이 좁은 바다에는 아직도 수중 석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공원 끝자락인 이순신 광장 앞에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가장 실물에 가깝게 복원했다는 목선 한 척이 전시돼 있다. 이순신 광장 위쪽에는 조선시대 해군사령부 청사(廳舍) 격인 국보 304호 진남관이 있다. 현재 정비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진남관은 2019년 복원 예정이다. 진남관 바로 위에는 여수의 진산(鎭山)인 종고산(해발 199m)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종고산 명칭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대첩을 거두던 날 산에서 북소리 같기도 하고 종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사흘 동안 났다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종포해양공원의 종포는 종고산 아래 아름답고 평화로운 포구에서 유래됐다. 김명천 여수문화원 사무국장(51)은 “종고산 밑에 전라좌수영이 둥지를 튼 것은 주변 해상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서해안으로 진출하는 지름길이라는 전략상 이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남관 옆 고소동 산동네에 오르면 골목길에 각종 벽화가 그려진 마을이 나온다. 고소동 골목길 1004m는 천사 골목으로 이름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벽화거리가 조성됐다. 마을에는 고소대와 오포대 공원이 있다. 고소대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지휘소 격인 장대(將臺)다. 고소대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기린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이순신 장군 덕을 추모하는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다.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를 세우게 된 사연을 적은 동령소갈비도 세워져 있다.

고소대 인근에 있는 오포대라는 붉은 망루 형태 건물이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에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대는 일제의 조망등(서치라이트) 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여수는 맛의 도시다. 이순신 광장 바로 옆 여수여객터미널 방향 도심 700m 거리에는 좌수영음식특화거리와 수산물 시장이 있다. 여행에 지친 길손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이곳에서는 1년 이상 발효시킨 막걸리 식초를 사용해 만든 서대회, 매콤하고 달콤한 게장백반, 싱싱한 장어구이·탕, 기름기가 적은 여름 보양식 갯장어 회(하모) 등 ‘여수 십미(十味)’를 맛볼 수 있다.

진남관 인근에도 볼거리가 많다. 여수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충무동 옛 번화가에는 음식점, 옷가게 등이 즐비하다.

주철현 여수시장(57)은 “구도심이 여수 밤바다의 대명사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야간 경관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2020년까지 요트 등 300척이 계류할 수 있는 웅천마리나 항만을 완공하는 등 여수를 해양레포츠 명품관광 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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