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의 神品名詩]청동신수경(靑銅神獸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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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신수경
청동신수경
청동신수경(靑銅神獸鏡) ―박무웅(1944∼ )

청동신수경 속에
해와 달이 들어 있다

청동신수경 속에
열두 마리 짐승이 들어 있다

신새벽 순금의 햇빛이 빛날 적마다
한밤중 순은의 달빛이 빛날 적마다
눈부시게 눈부시게 창이 날아갈 적마다
내 마음 속 짐승들은
신의 짐승으로 거듭 태어난다

나도
거듭 태어난다

하늘거울의 역사가 있다. 아니 역사는 어제와 오늘을 넘어서 먼 훗날까지 비추는 불멸의 거울이다. 1971년 7월 5일. 옛 도읍 공주 송산리 제5, 6호 고분의 침수를 막기 위해 배관 공사를 하다가 찾아낸 백제 25대 무령왕의 능은 1500년 동안 긴 잠에 들었던 저 백제 문화 융성을 총집대성한 박물관이었다.

거기 임금과 왕비가 오래 사랑을 비추던 청동거울 셋 가운데 청동신수경(국보 제161호)이 있다. 중국 후한 때의 동경(銅鏡)을 본떴으리라는 것인데, 그보다는 새로운 독창적 문양으로 구성되었으니 둥근 꼭지를 둘러서 4각의 테두리를 만들고 사이사이에 12지(支)의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 사신(四神)과 세 마리의 동물, 반라(半裸)의 인물상 등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상방의 아름다운 거울 참으로 크게 좋구나. 하늘의 신선은 늙지 않고 목마르면 맑은 샘물 마시고 배고프면 대추를 먹어 쇠와 돌처럼 오래 살리라(尙方佳竟眞大好 上有仙人不知老 渴飮玉泉 飢食棗 壽如金石兮)’고 부귀 안락 장생불사의 신선사상 명문(銘文)이 들어 있는 것이다.

함께 국보로 지정된 ‘의자손수대경(宜子孫獸帶鏡)’, ‘수대경(獸帶鏡)’도 각각 신수(神獸)와 길상문으로 백제 동경의 특색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삼국시대와 한중일 동경 양식을 비교할 수 있는 문화 교류도 읽게 한다.

재위 23년(501∼523년) 동안 고구려에 한강 유역을 빼앗긴 백제를 일으켜 세우고 국방과 내치, 문화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무령왕과 왕비의 손거울에서 오늘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볼 일이다.

시인은 ‘눈부시게 눈부시게 창이 날아갈 적마다/내 마음 속 짐승들은/신의 짐승으로 거듭 태어난다’며 하늘거울에 자신의 마음을 비춰 보고 있다.

이근배 시인·신성대 교수
#청동신수경#박무웅#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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