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말을 해봤을 것이다. “일이 힘든 게 아니야. 사람이 힘들지….” 맞다. 사람이 힘들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 사람의 ‘성격’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옆을 보자. 작은 실수라도 하면 잡아먹을 듯 화를 내는 직장 상사가 보인다. 부하 직원을 무섭게 깨다가 가족에게 전화가 오면 “응∼ 사랑하는 ○○야”라고 나긋나긋하게 속삭인다. 그런 상사에게 반박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나의 소심함도 실망스럽다. 》
브라이언 리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겉모습이나 몇 가지 행동을 보고 ‘그 사람 성격은 어떻다’고 해석하는 ‘개인구성(personal construct)’이란 개념이 사람을 잘못 보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영사 제공
성격은 왜 사람을 이토록 힘들게 할까? 최근 브라이언 리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74)에게 e메일로 고민을 털어놓고 답변을 받았다. ‘원거리 성격학 수업’을 받은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성격심리학 수업’은 3년 연속 ‘하버드 명강의’로 꼽혔다. 당시 강의 내용을 정리한 ‘성격이란 무엇인가’(김영사)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성격이 확확 바뀌는 까칠한 상사 이야기부터 꺼냈다. “하하. 저 역시 강의실에서는 코믹하고 활달한 사람이지만 원래 성격은 내향적이죠. 강의실에서 저만의 ‘자유특성’을 사용합니다.”
리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원래 성격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제3의 본성인 자유특성을 가진다. 이 자유특성은 개인의 인생 목표에서 나온다. 바로 삶의 목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나아가 행복하거나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따라서 ‘나는 소심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 그 기준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는 그의 경고다.
“매년 250만 명이 MBTI(성격유형검사)를 받죠. 30분 정도의 짧은 테스트로 ‘나는 어떤 성격’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단순화하면 삶의 자유가 제한돼요. 또 그렇게 규정한 성격을 지키지 못할 경우 내적 갈등도 겪게 됩니다. 성격과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야죠.”
그는 반대로 타인의 성격을 볼 때도 자유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에서 ‘롤플레잉(role-playing·역할 놀이)’을 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일부분만 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돼요. 그를 둘러싼 환경과 개인 목표와 성격을 연관 지어 파악해야 해요.”
이어 리틀 교수는 “당신이 차분한 성격이라고 칩시다”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만약 당신의 회사가 위계질서가 센 조직이면 차분한 성격이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즉흥 재즈’처럼 자유로운 조직이라면 불리할 수 있죠.”
또 내향적인 사람은 직장에서 적극적인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제때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을 오래 하면 원래의 성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본래의 기질을 발휘하며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복틈새(restorative niches)’라고 해요. 저는 키보드를 연주하죠.”
하지만 자신과 너무 다른 성격의 타인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울 지경에 이른 사람들이라면 그의 성격학 강의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성격 차로 이혼한 부부처럼….
“음, 그래서 성격의 근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알면 성격 차가 덜 위협적으로 느껴져요. 성격이 다른 부부가 결혼한다면 자녀들은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죠. 그 결과 사회생활에서 유연성을 보일 겁니다.”
‘한국에서는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성격이 왜곡된 자녀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해결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의 놀라운 성장은 경쟁적 문화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크다고 봐요. 그럼에도 과도한 경쟁은 심리적 비용을 치르게 하죠. 학교나 사회에서 아이들의 ‘회복틈새’가 될 만한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부모 역시 자녀에게 미리 규정된 ‘최고’의 성격을 주입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 브라이언 리틀 교수 이력 ::
△ 심리학 전공 △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격심리학 강의 △ 하버드대생이 뽑은 명강의에 3년 연속 선정 △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이자 캐나다 칼턴대 특별 명예교수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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